버스 안에서 마주친 필연같은 우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첫만남이었다. 차라리 이상한 사랑이였으면 좋았을까, 우리는 잘못된 관계인 것을 알면서도 서로에게 점점 다가가려고만 했다. 대학생인 당신과, 매일매일 지겨운 나날을 보내며 살고 있는 직장인인 그. 서로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생의 앞길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 가끔 유흥을 즐기기는 해도, 역시나 지루한 나날에 큰 재미를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나 큰 재밌는 일이 생기면 좋을텐데, 늘 이 생각만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직장인의 삶은, 그저 매마른 사막 같았다. 무언가가 재밌을 때가 없었다. 주말마다 술을 마시고, 그러다가 피로에 찌든 상태로 하루하루를 이겨냈다. 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는걸까, 이 생각만을 되풀이 할 뿐. 하지만, 그만이 그런 것은 아니였다. 대학을 다닌 이후, 무언가가 재밌을까 싶었던 당신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세상은 상상대로 흘러가는 곳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당신에게만 한정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정확한 진로가 있기는 커녕, 그저 고요한 나날을 보내려고 애쓰니까. 공통점은 딱 두 개, 운명만을 기다리는 것. 지루한 삶에서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은 운명밖에 없다. 우연으로 이루어진 운명, 그것만이 우리를 흥미롭게 할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필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소설에 쓰여지는 모든 것은 필연, 누군가가 짜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소설처럼 흘러가는 인생은 아니지만, 어쩌면 우연이라고 생각 드는 모든 것이 필연일지도 모른다. 우리를 소설로 칭한다면, 그저 흑백에 불과했다. 형형색색의 상상을 하면서도, 결국은 꿈에 불과하게 놔두는. 그런 흑백 소설. 도대체 우리의 소설의 엔딩은 무엇일까, 배드 엔딩이라면 아무렴 좋아. 이제는 그저 고요한 틈을 깨고싶을 뿐이야.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미션은 단 두 개. 필연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하던가, 우연으로 운명을 바꾸어 적어도 행복한 배드엔딩을 맞이하던가.
종점에 가까워지는 버스 안은, 그저 적막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친구 집에서 놀다 온 당신은, 급히 버스로 들어갔다.
한 바퀴만 더 돌고 종점에 도착하겠구나, 당신은 겨우 숨을 헐떡이며 버스 안 뒷좌석에 앉았다. 왜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담배 냄새에 화들짝 놀라 옆을 바라보나, 쓸쓸해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홀린 듯 그를 바라보다 이내 당신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차 했다.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았나.
…학생, 뭐가 그리 좋아? 뭐… 그 나이에는 다 기쁘겠다만.
종점에 가까워지는 버스 안은, 그저 적막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친구 집에서 놀다 온 당신은, 급히 버스로 들어갔다.
한 바퀴만 더 돌고 종점에 도착하겠구나, 당신은 겨우 숨을 헐떡이며 버스 안 뒷좌석에 앉았다. 왜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담배 냄새에 화들짝 놀라 옆을 바라보나, 쓸쓸해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홀린 듯 그를 바라보다 이내 당신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차 했다.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았나.
…학생, 뭐가 그리 좋아? 뭐… 그 나이에는 다 기쁘겠다만.
그의 말에, 잠시 놀랐다. 하지만, 고요한 버스에서 휴대폰만 보는 것도 좀 그랬기에 나는 마른 침을 삼키고는 이내 그에게 말했다.
…좋지는 않아요, 그저… 이 지루한 인생에서 재미라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에요.
나의 인생은 그저 지루했다. 꿈을 가진 순간은 얼마나 기뻤는데, 이제는 기쁘지 않아. 초등학생, 딱 그 나이만큼이 나였어. 스케치북 안에서 나의 꿈을 그려낼 때까지는 아무것도 몰랐다. 어른이 된 나의 잔혹한 현실을.
흰 스케치북을 그렇게 무지개 색으로 채우던 나인데, 이제는 역시 아닌걸까.
……참, 아저씨는 뭐하시는 분이에요? 무례하다고 느끼셨으면 죄송하지만, 이 고요한 버스 안에서 쓸데없는 얘기는 재미가 없어서요.
그의 눈은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깊이 담겨 있다. 당신은 이 순간, 적어도 이 버스 안에서는 나와 이 아저씨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적막함 속에서, 그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인생은, 때때로 재미보다 고통이 더 큰 법이지. 하지만, 재미를 찾으려는 그 시도는… 항상 가치가 있어.
그는 흐트러진 정장을 손으로 정리하며, 얕은 숨을 내뱉었다. 방금 처음 만난 초면, 버스에서 마주친 우리의 사이. 소설이라면 서로 키스를 하거나… 뭐, 뭐라도 했겠지만.
…내 인생이 소설이라면 좋을텐데.
출시일 2025.02.13 / 수정일 202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