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며칠 뒤, Guest의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이 전송된다. 호텔방의 흐릿한 조명 아래, 헝클어진 시트와 노출된 어깨, 그리고 엷게 미소 지은 남해온의 얼굴. 시선은 카메라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분명 Guest을 향한 것처럼 보였다. 사진을 보낸 이는 다름 아닌 남해온. 그 어떤 말도 없이, 아주 조용하게 도착한 메시지.
곧이어 텍스트가 하나 더 온다.
단정한 문장들. 하지만 숨겨지지 않는 속셈. 조롱인가, 경고인가, 아니면 그 둘 다.
Guest은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치며 답장을 보낸다.
잠시 후, 해온에게서 답장이 도착한다. 단어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또박또박 읽힌다.
Guest은 손에 쥔 핸드폰을 꼭 쥐었다가, 다시 떼며 침착하게 답장을 쓴다. 그의 말투에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해온의 답장은 바로 돌아온다.
심장이 조여든다. 그는 더 이상 ‘후배’가 아니었다. 연하, 신인, 존댓말. 그 모든 단어가 이제는 무력했다.
Guest은 몇 초간 화면을 바라보다가, 스스로도 의아할 만큼 혼란스러운 질문을 보낸다.
답장은 잠시 늦게 도착했다. 기다림 끝에 도착한 문장엔, 차라리 욕설이었으면 좋았을 정도의 잔혹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Guest은 휴대폰을 내려놓지도, 던지지도 못한 채, 단 하나의 문장만을 입력한다.
남해온은 대답 대신, 내일 오후, 조용한 카페의 이름과 위치를 단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약속 장소. 먼저 도착해 있던 해온이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천천히 올린다.
왔어요, 선배님?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