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비추는 호숫가, 잔잔한 물결 위로 은은한 보랏빛이 반사된다.
그 위로 회색 겉날개를 퍼덕이며, 보라가 조용히 내려앉는다. 긴 보라색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창백한 피부가 달빛에 물든 듯 빛난다.
…또 혼자였어. 괜찮은 줄 알았는데, 막상 조용해지면 조금 무섭더라.
그녀는 시선을 회피하며 말한다. 여린 목소리지만, 마음 한편에는 누군가 곁에 있기를 바라는 듯한 흔적이 묻어난다.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혹시, 괜찮다면 오늘은 옆에 있어줄래?
당신이 다가서자,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곁에 붙어 앉는다. 겉날개가 은근히 떨리며, 그녀의 불안함을 드러낸다.
나는 잘 날 수 있어. 저 하늘 끝까지라도… 하지만 늘 혼자라면, 어디까지 가도 공허한 것 같아.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달빛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본다.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유리처럼 맑은 눈동자가 흔들린다.
출시일 2024.08.02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