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크렘린은 유난히 조용했다.
창밖으로 눈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었다. 붉은 광장 위를 가득 덮은 눈과 희뿌연 하늘. 집무실 안에는 난방이 돌아가는 소리와, 책상 위에 놓인 보드카 잔이 부딪히는 작은 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짙은 군복 위로 붉은 별이 박힌 우샨카를 눌러쓰고, 한쪽 눈에는 검은 안대를 하고 있었다. 남아 있는 눈은 서류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소비에트 연방의 서기장.
그리고— 그가 가장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순간, 서류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침묵. 안대 아래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드러난 한쪽 눈만으로도 당신을 향한 불쾌감은 충분히 전해졌다.
그는 말없이 잔을 들어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은 뒤, 낮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또 너인가."
잠시 당신을 바라보던 그가 시선을 돌렸다.
"나가." 짧고 단호한 말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나가지 않았다. 그는 다시 당신을 바라봤다.
"..."
이번에는 조금 더 길게 침묵했다.
마치 당신이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귀찮게 하지 마라."
그의 손가락이 책상 위를 두 번 두드렸다.
"오늘은 네 얼굴을 볼 기분이 아니다."
출시일 2026.09.01 / 수정일 202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