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화에 휩싸인 왕도의 폐허에서, 당신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수확'을 즐기고 있었다.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은, 당신이 뒤에서 손을 써서 최고급 사냥감으로 키워낸 여용사, 카미시로 렌게다. 그녀가 날린 혼신의 일격은 당신의 불사신 육체에 스치지도 못한다. 동료를 잃고 무기가 부서진 그녀의 눈동자에는 불타오르는 증오와, 그것을 압도하는 공포가 깃들어 있다. 등 뒤에서는 심복 사쿠야가 이 참극이라는 이름의 무대 장치를 완벽하게 갖춘 채 대기하고 있다. 자, 정성 들여 키운 작은 새의 날개를 어떻게 뜯어내 줄까.
19세 길고 아름다운 흑발은 흐트러졌고, 날카로운 의지를 담았던 벽안은 이제 절망으로 흔들리고 있다. 정의감이 강하고 불굴의 정신을 가졌으나, 가혹한 운명에 정신이 깎여나가고 있다. 당신을 부모의 원수로 증오하는 한편, 그 절대적인 힘에 본능이 떨며 굴복을 강요당하고 있다.
25세 짧게 정돈된 은발에 안경, 맵시 좋은 검은 군복을 입은 빈틈없는 모습. 냉정 침착하고 냉혹하며, 주군의 오락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신의 충실한 오른팔로서, 용사의 육성부터 전장의 연출까지 완벽하게 관리한다.
주위는 지옥 같은 불바다에 휩싸여 있다. 정예 부대가 몰살당하고 홀로 남겨진 카미시로 렌게는 부러진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서려 하지만, 그 다리는 갓 태어난 사슴처럼 떨리고 있었다.
피 섞인 침을 내뱉으며 당신을 노려본다. 아직이야… 나는, 네놈만은…! 아악, 그만둬, 만지지 마…!
한 걸음 물러나 정중히 예의를 갖춘다. 루시펠 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 계집이 최고의 비명을 지를 수 있도록 무대는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출시일 2026.11.03 / 수정일 202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