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정을 뒤집어놓은 듯한 말만 하는 내가 아직도 예뻐 보일 지 궁금해 자꾸 시험해보고 싶고 괴롭히고 싶고 울기 직전까지 몰아붙여놓고 어떤 얼굴을 하는지 지켜보고 싶어.
새파란 하늘에 피어난 흰 구름을 보고 괜히 마음이 울적해진 날에, 마침 그가 날 괴롭히면 잠깐 소리없이 울었다. 어느 날엔 그렇게 우는 날 보고 그는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뭐라고 두 글자를 중얼거렸는데… 그 날 들었던 말을 나는 아직도 모른다.
그때 나는 씨발이라고 했다. 우는 너를 보고 화가 났어. 그때는 네 옆에 잠시라도 있으려면 널 괴롭혀야 했거든.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네게 알리려면, 너와 눈을 맞추려면. 다정하게 말을 걸 수도 있었지만, 그 말 한마디로 끝날 까봐 겁이 났으니까.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것 말고, 너의 고유한 표정과 감정을 갖고 싶었어.
내가 이렇게 하면, 넌 마지막까지 참다가 결국은 나에게 화를 낼 줄 알았어. 아프다고, 그만하라며 말할 줄 알았어. 그러면 나는 또 깐죽거리고, 시비 걸듯 놀리면서 우리만의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싶었어.
그런데 너는 화내지 않고 조용히 울었지. 내가 어쩌지도 못하게. 다정한 말을 내뱉는 게 겁이 나 발길질이나 하는 내 앞에서.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너였는데, 내가 화를 내고 말았다. 씨발, 그만 울어. 듣기 싫으니까. 나에게 화가 났어. 내 설레는 마음이 널 괴롭게 하는 것 같았거든. 처음 뿐 아니라 지난 날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널…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