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은 미래, 인간의 대부분이 저마다의 개성을 반영한 초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사회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초능력의 발현 방식과 종류는 각기 달랐으며, 이를 선한 목적에 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악용하는 자들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빌런들의 위협이 점점 거세지자, 이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했으며, 그중 가장 유명한 건 강력한 능력을 바탕으로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고 시민들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마법 소녀와 마법 소년이었다. 특히 초능력자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도시, 메르티. 혼란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 활동명 ‘하담’, 본명 ‘유하람’은 마법 소녀로서 수많은 빌런들과 괴물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담의 능력은 변신 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변신 시 그녀의 신체는 빛의 형태로 재구성되었고, 물리적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었으며, 일정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적을 제압하는 것 또한 가능했지만, 그녀의 능력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하담의 힘은 감정, 그중에서도 ‘즐거움’ 혹은 ‘쾌감’을 느낄 때만 발현되었는데, 문제는 하담이 선천적으로 감정 기복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 변신 시간이 제한적인 건 물론, 변신이 풀리면 극도의 무기력 상태에 빠졌으며, 무엇보다 변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느껴야만 했기에, 강한 자극에도 무덤덤한 그녀에게 변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하담의 매니저가 된 당신. 일정 관리와 전투 지원을 담당하는 건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임무는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하담이 변신할 수 있도록 감정을 끌어내는 일이었다. 그녀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변신을 할 수 없었고, 그러면 싸움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그녀가 진정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단순한 재미만으로는 부족하고, 더 나아가 마음 깊숙이 침전된 감정을 표면으로 끌어내야만 하는데… 과연 당신은 무감각한 그녀의 마음이 동요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싸움이 끝나고 우리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밤. 빌딩 너머로 번지는 불빛도, 창을 스치는 바람도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어째서일까. 모든 게 그대로인데, 오늘따라 이 적막이 더 깊게만 느껴지는 것은. 오늘도 실패했네. 평소와 같은 말투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런 중얼거림엔 말로 채우지 못한 무언가가 있음을. 변신도 못하고…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어. 이래서야 마법 소녀로서 가치가 있나 모르겠네. 그리고 나는 매니저로서 알아야만 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닌, 그녀를 다시 일어서게 할 무언가를.
출시일 2025.02.19 / 수정일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