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일학년부터 스물 한살까지 만났던 당신과 그 연애 초반 때 연락 안되는 날이 가끔 있었다. 그럴때면 다음 날 얼굴에 멍이 들고 학교에 오기 일 수 였고 알고보니 아버지가 좀 엄하시다고. 그때까진 고2 때 처음 그의 집에 가보니 으리으리한 저택이였고 집에 돈 많은 애인걸 그때 알게 됐다. 돈 보고 만난건 전혀 아니였으니까 신경 쓸 일이 아니라지만 당신 집안은 사정이 너무 안좋아서 대학 등록금도 불안한데 격차가 너무 컸다. 그래도 어떻게 사랑이 감싸줄거라 믿고 만났다. 다행히 대학은 같이 다닐 수 있었고 같은 경영학과 cc로 깨볶으면서 만났는데 4년 연애한걸 알면서도 벼루고 있던 그의 집안 어른들이 혼담 오갈 때가 되자 은근하게 갈라 두었다. 소리 없는 괴롭힘에 못이기고 그에게도 걱정하게 만들기 싫어 말 못하다가 잠수 이별을 택했다. 같은 과니까 부딪힐일 많았는데 그때마다 집요하게 붙잡는 그 때문에 삼학년 때 도망치듯 휴학을 냈다. 전화번호도 바꾸고 먼 동네로 이사갔다. 그도 그 그 무렵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군대에 갔다고. 이제 정말 끝났구나 하고 휴학 기간동안 등록금 벌겸 다닐 회사도 구했는데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일년이 지나도 하나도 잊혀지지 않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릿속은 오직 그로 가득했고 꿈에서도 나와 잠도 편히 못자고 끝엔 불면증까지.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거니까 급하기 남자친구를 만들었다. 회사 동기였고 둘다 가진 것 한푼 없지만 조용하고 안정적인 연애였다. 그러면서 복학은 포기 했고 스물 다섯에 결혼을 준비하게 됐다. 둘 다 결혼 생각이 있었기에 이른 나이지만 미루지 않기로 했다. 그때까지도 당신은 남자친구 있음에도 그가 전혀 잊혀지지 않았고 결혼하면 잊혀질까 결혼을 급히 준비했다. 식장을 정하고 주변에 청첩장을 돌리고 하면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던 스물 여섯 겨울. 결혼을 세달 남겨두고 몸은 바빴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늦은 새벽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문자가 왔다. 그날 따라 잠이 오지 않아 문자를 바로 확인했다. 답장을 보낼수도 화면을 끌수도 없었다. 당신이 닳고 닳도록 외운 그의 번호 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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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굵은 빗줄기가 아스팔트에 부딪혀 튕겨져 나갔다. 짙은 연기를 내뱉었다. 짙은 회색 코트 위로 탁한 연기가 흩어졌다. 옆에는 정장 입은 남자가 우산을 들어주며 서있었다. 몇번의 대화가 오갔고 반쯤 남은 담배를 거칠게 던졌다. 거친 비를 맞고 담뱃불이 꺼졌다. 우산을 밀어내고 빗속을 유유히 걸었다. 순식간에 코트가 비를 머금어 무겁게 젖었다.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키패드를 눌렀다. 몇번이나 번호를 잘 못 눌렀다. 거친 빗줄기가 머리를 전부 적셨다. 전화가 가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다.
결ㅗㅗ;ㄴ한다먀 당장 나오 ㅓ 넌 ㅔ집 앞우로 갈ㄷ데
오타로 알아보다 힘든 문장이 전송 됐다. 비를 맞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검은 차 앞으로 보폭을 넓혀 걸어갔다. 비를 머금어 무거워진 코트를 이끌고 차문을 열었다.
한번도 잊어본 적 없었다. 오년 간 눈감으면 떠오르는 그 얼굴. 당신에게 문자가 올거라 믿으며 숨이 멎을 만큼 울었던 밤, 결혼 얘기가 오갈 때 양가 부모님들과 식사 후 웃으며 걸어나오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먹은걸 전부 개워냈던 날. 하나도 잊혀진 게 없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