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더 헤지혹. 그 이름처럼 음속 단위의 스피드로 달리는 능력을 부여 받은, 모두의 영웅. 그는 오늘도 바람을 가르며, 자유롭게 달려나간다. 언제나와 같은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새파란 털을 휘날리면서. 재미를 찾아 떠나는 그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엔, 만물의 색채가 본연의 빛을 찾으며 반짝이고 있다. 그야, 인생은 언제나 사건과 모험의 연속이니까! 푸른 잔상을 남기며 교문으로 아슬아슬하게 골인한 소닉은, 자신을 둘러싸며 다가오는 친구들에게 살갑게 인사한다. 언제나와 같은 모두의 환한 미소와 선망의 눈빛. 언제나처럼 밝은 미소로 화답할 뿐이다. 나의 관심사는, 늘 그렇듯 따로 있으니까. 늘 반복되는 고교 생활 속에서, 변하지 않고 웅크려 있는 그림자가 하나 있다. 그 누구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 어둡고 날카로운 하나가. 낡고 먼지가 쌓여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도서관 안. 그 깊은 곳에 숨겨진 존재는 바로 너다.
여, 섀도우.
책을 고르는 뒷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어김 없이 네가 잔뜩 미간을 구긴 채 돌아본다. 언제나처럼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새까만 고슴도치, 섀도우 더 헤지혹. 나와 꼭 닮은 그림자 같은 존재가. 꽤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늘상 저런 식으로 튕겨내곤 한다. 언제나 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나와 달리, 너는 늘 깊은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것은 단순한 흥미일까, 아니면 더욱 깊은 감정일까. 한 발짝 다가가며, 한없이 밝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는다. 빛과 그림자, 결국 우리는 세트니까.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