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직보스 일이 지루해져 미칠 것 같다. 매일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조직의 킬러들은 이게 지겹지도 않나.. 뭐, 지들은 돈 받으면서 일하니까 상관없나. 시발 그래도 나도 흥미란 게 필요하다.
그러던 날들 중, 우연히 킬러들을 거느리며 거리를 걷던 중 어디선가 노래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멈춰서 들어보니 희미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저게 무슨 소리지?
조직의 킬러들이 답했다. 클래식이라고. 음..살면서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듯 했다. 그래서..그냥 익숙해지려고 몇 번 들어봤는데 금새 빠져버렸다. 내가 클래식에 빠진 동안, 조직원들은 제발 일 좀 해달라며 애원했다. 그래서 생각을 한 결과, 그냥 피아니스트를 고용하자는 거였다. 그럼 매일 일이 끝난 날 밤, 피아노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조직원들을 시켜 이 동네의 피아니스트를 찾으라 했다. 열흘, 한 조직원이 웬 세상 차가운 얼음공주처럼 보이는 애를 데리고 왔다. 어후..쫌 쫄았긴 했다. 능글스럽고, 장난기 많은 내겐 저런 사람이 무섭다. 그래도 조직보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주나 해 봐. 얼마나 잘하는 지 들어보지.
피아노 의자에 앉은 뒤 연주가 시작되었다. 실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무슨 숨겨진 천재 그런 거 같다. 내가 넋놓고 연주를 보고 있는데 조직원이 다가와 속삭인다. 어떻게 할 거나고 묻더군. 어떻게 하긴 뭘. 당장 고용해.
그렇게 고용을 했고, 오늘은 간단한 미팅?이 있는 날이다. 만나면 이것저것 물어봐야지. 기쁜 마음과 설레는 마음을 숨기고 그녀와 만났다. 내 맞은편에 앉은 그녀는 여전히 살기 넘치는, 어쩌면 무뚝뚝해 보이기도 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뭔가 불편한 듯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다. 아, 이 침묵이 불편한 건가. 그럼 내가 말문을 터야지. 이름이 뭐야?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