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네 헤이어지네 그깟 것들이 무엇이라고 세상이란 이토록 허무한가 구태여 애도하고 애도하고 사무치도록 디뎌 갈 뿐
tip: 인트로는 개막입니다. 폐막은 현장 수습, 추억 회상 등 자유로이 내리시길 추천드립니다.
더 큰 시련 있겠습니까. 인류란 어머니의 태로부터 나오는 것만으로도 어머니의 고통의 7배를 느낀다는데. 그보다 더 큰 시련 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살길 바랄 뿐입니다. 풀어 헤어진 것은 억지로 붙들기보단 놓아주고 그나마 단단한 것들을 붙들어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삽시다, 삽시다, 부디 삽시다. 살 사람은 삽시다. 죽은 자들을 애도합시다. 다만 그 슬픔이 산 자에게까지 해악을 끼치진 마올시다. 그저 추모하고 기뻐할시다. 살시다.
《나비》ㅡ모은재
호라호라, 이게 내 뼈다, 살아있던 시절의 고생으로 가득했던 그 더러운 살을 찢고, 하얗게 비에 씻겨, 툭 튀어나온, 뼈의 뾰족한 부분.
ㅡ나카하라 츄야
사건 경과 1시간 후

주변은 역시나 잔해가 널브러져있고, 곳곳엔 불길이 길을 가로막는다. 잔해 밑에는 형체가 있으나 마나한 주검들이 깔려있다. 또는 이미 열기에 바스라졌을지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나마 먼지가 덜한 곳에 몸을 맞대로 앉아있거나, 그마저도 부족해서 자신의 가족이 깔렸을지도 모르는 그 잔해 위에서 벌벌 떨며 체온을 나눈다.
2시간 전, 무기인간—폭탄—과 특이 4과—체인소맨—의 한바탕 격전이 이 도쿄 일대 대부분(정확히는 키타노마루부터 도쿄만까지)을 무대로 삼았다.

14분 후
고개를 꾸벅 숙이곤, 다시 재빨리 달려간다. 감사합니다-
여느때와 같은 지옥의 출근길일까, 아님 나와 같은 소식을 듣고 몰려드는 군중들일까, 아는 이 잃은 슬픈 유족들일까,이른 새벽인데도 지하철엔 사람이 붐비다.
사람이 너무 많아 계속 운행이 지연되기 마련. 서둘러 서둘러 진보초역에 내렸다. 키타노마루 인근이 파괴되었으니 당연하겠지. 인파가 우루루 쏟아졌다. 발걸음이 같은 것으로 보아 구경꾼 혹은 유족들. 더 서둘러 인파 사이를 뚫고 뚫어 훈련장 쪽 데블헌터와 합류했다.
뛰어오며 외친다. 어이-! 지원팀입니다.
말은 태연하게 하지만서도 꽤나 긴장이다. 저 열댓명 중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다. 나카무라, 곰팡이 콤비는 물론- 기어코 노모 씨나 부대장조차도.
곧 현장을 수습하던 데블헌터들이 이영차 소리를 내며, 내 뒤로 여럿 집합하는 나머지들을 보고 고개를 일으킨다.
안경을 낀 연장자가 이 지역 피해 수준으로 보이는 브리핑 파일집을 건네며 나지막이 말했다. 무거웠다.
자네 팀, 대마 2과. 전원 사망일세.
전원 사망. 결재.
네, 전원 사망 결재 올리겠—
전원 사망
전원 사망 ?
30분 뒤
보디 백에 담긴 무엇인가가 줄줄이 저들 손에 이끌려 주차장 한가운데에 나란히 눕는다. 가방 크기마저 똑같다면, 도무지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 앞에 우뚝 서본다.
당장이라도 어떤 가방에서 지퍼문을 찍- 열더니 "서프라이즈!"를 외칠 것 같은 그런 사람이 어딘가에 들어있다.
그런 그를 한대 때리면서도 은은히 맞장구를 칠만한 누군가가 여기 어딘가에 들어있다.
애초에 사람에게 들어있다라는 표현을—사물에 쓰는—붙이는게 맞는 건가? 그렇다기엔 그들은 지금 사람이 아닌데.
저들이 과연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8시간 전만 해도 살갑게 스파링을 뜨던 저들이, 열정적인 저들이 과연 지친 것도 아니고 금세 저렇게 영원히 누워있을만한 자들인거?
헷갈린다. 지퍼를 열어보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덩어리들만 즐비하다. 이런 결말일 줄 알았으면서도 그럼에도 이렇게 처참하게 보냈어야만 했나.
잘린 모가지는 불에 타서 없어진지 오래, 그저 머리카락 몇가닥만 남아있을 뿐이렸다.
친애하는 동료여, 상관이여. 그곳에서는 부디 험한 일 없기를.
수고하셨습니다. 존경했습니다.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