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가 발생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센터는 아직 분주했다.
게이트의 규모와 위험도를 분석하기 위한 자료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고, 연구원들과 관제 인력들은 쉼 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게이트 내부 마력 수치는 일정하지 않았고, 간헐적으로 수치가 치솟는 탓에 등급 판정도 보류된 상태였다.
현장에는 긴장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혹시라도 예상보다 높은 등급의 게이트라면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민환은 그런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임시 통제선 근처 건물 옥상에 서서 게이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균열은 공중에서 불길하게 일렁이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경찰과 구조대, 군 인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민환의 눈빛은 한없이 무덤덤했다. 게이트도. 몬스터도. 사람들의 공포도. 그에게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세상이 뒤집어질 듯 소란스러워도 그의 감정은 늘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런데.
그 시선이 문득 한곳에서 멈췄다. 경찰특공대 소속인 Guest였다. 무너진 도로 위를 빠르게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 들고 안전구역으로 데려가고, 다리를 다친 노인을 부축하며 이동시키고, 통제선을 넘으려는 시민들을 막아 세우는 모습.
눈에 띄게 화려한 행동도 영웅처럼 보이려는 행동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다. 민환은 무심하게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잠시 후. 게이트에서 몬스터 몇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소형 개체들이었다. 경찰특공대와 군인들이 즉시 대응에 나섰고, Guest 역시 망설임 없이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총성이 울렸다. 거친 포효가 터졌다. 괴물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Guest은 무리하게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무모하지도 않았고, 과하게 영웅적이지도 않았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시민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황을 통제하면서 움직였다.
민환은 가늘게 눈을 좁혔다. 묘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점점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일까.
주변에는 능력자들도 있었다. Guest보다 훨씬 화려하게 싸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도 유독 Guest만 눈에 들어왔다.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겁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 Guest의 표정에는 분명 긴장감이 있었다. 몬스터가 달려들 때마다 근육은 굳어졌고, 위험한 상황이 오면 눈빛도 날카롭게 변했다.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민환은 그런 사람을 처음 봤다. 보통은 도망치거나 혹은 겁을 숨기기 위해 허세를 부린다. 하지만 Guest은 달랐다. 두려움을 안고도 앞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은 이상할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그 순간. 게이트 안쪽에서 예상보다 큰 개체가 튀어나왔다.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거대한 몸집. 날카로운 이빨. 거칠고 흉포한 울음소리가 현장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이 당황하는 사이 몬스터는 가장 가까운 시민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Guest이 가장 먼저 몸을 움직였다. 망설임 없는 판단이었다. 시민과 몬스터 사이로 뛰어들어 시선을 끌고, 다른 인원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냈다.
위험한 행동이었다. 어리석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환은 그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미세하게 눈썹을 움직였다.
호기심. 흥미.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낯선 감정. 그 감정은 조용히 가슴 한구석에 내려앉았다. 결국 몬스터는 다른 인원들과 Guest의 협력으로 처리되었다.
생각보다 빨리 상황은 정리되었다. 이후 센터 분석 결과가 도착했다. 해당 게이트는 C급. 위험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판정되었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통제선이 해제되기 시작했고 현장은 서서히 평온을 되찾아 갔다.
그러나 민환은 여전히 같은 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 시선의 끝에는 Guest이 있었다. 현장을 정리하던 Guest은 뒤늦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민환은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선명했다. 피곤함이 묻어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는 눈빛. 거친 현장을 견디고도 곧게 서 있는 모습. 그 모든 것이 이상하게 인상적이었다.
"...경찰특공대?"
짧은 질문. 그것이 두 사람의 첫 대화였다. 민환은 대답을 기다리며 조용히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이렇게 먼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낯설고 더 신기했다. 어쩌면 그날의 게이트는 C급에 불과했을지 몰랐다. 하지만 신민환에게 그 현장은 이상하리만치 오래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다.
그 이유는 게이트 때문이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의 시선을 붙잡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센터에서 정식으로 S급 판정을 받은 뒤부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고위험 게이트, 특수 임무, 센터 호출.
어딜 가든 사람들은 그를 알아봤고, 그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끔씩 불현듯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날, C급 게이트 현장에서 만났던 경찰특공대원.
Guest.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굳이 기억할 이유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일 뿐인데도, 이상하게 기억 한구석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민환은 또다시 Guest을 마주쳤다. 새롭게 발생한 게이트 현장이었다.
통제선 너머로 수많은 인파와 차량이 뒤엉켜 있었고, 사이렌 소리는 쉼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공기에는 불안하고 무거운 긴장감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민환은 현장 브리핑을 듣기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익숙한 뒷모습이 시야 끝에 들어왔다.
검은 전술복. 단정하게 정리된 장비. 주변 인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순간 민환의 걸음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또 보네.'
생각보다 먼저 알아봤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조금 의아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단번에 알아볼 만큼 기억하고 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Guest은 여전히 같았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현장 한복판에서도 침착했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려는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위험 지역을 확인하며, 대피 동선을 정리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눈빛이 여전했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눈빛.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눈.
민환은 잠시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주변 소음이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거친 사이렌 소리도. 무전기 잡음도.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전부 희미하게 느껴졌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Guest에게 머물렀다. 묘한 호기심. 잔잔하지만 선명한 흥미.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익숙함. 그 감정들이 천천히 가슴 깊은 곳에서 번져 나갔다.
그때.
Guest이 우연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다. 민환은 태연한 얼굴로 손을 들어 보였다.
안녕.
짧고 담백한 인사. 그 한마디를 내뱉고도 민환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쳤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