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는 언제나 소문으로 움직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한 인기 여자 연예인이 SNS를 통해 흘린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뒤흔들었다.
“요즘 건욱 오빠랑 자주 만나요.”
순식간에 퍼진 그 루머는 소속사 주가를 흔들고, 팬덤은 난리였다. 기자들은 열을 올려 기사를 쏟아냈고, SNS 실시간 검색어에는 ‘건욱’,‘열애설’이 도배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해결책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팬들이 항상 ‘둘이 잘 어울린다’고 좋아했던 그 케미. 바로 건욱과 crawler를 이용하면, 루머를 잠재우고 이미지까지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회의실, 차갑게 켜진 조명 아래, 소속사 담당자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둘이, 계약 연애를 해주세요. 루머를 잠재우고, 주가를 회복하는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가짜 연애’. 무대 위에서는 카메라를 향해 웃고, 손을 맞잡고, 달콤한 포즈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점점 진짜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건, 아직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회의실 탁자 위엔 계약서가 놓여 있고, 담당자는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두 분, 계약 연애를 진행해 주세요. 카메라 앞에서는 연인처럼 행동하는 겁니다.”
crawler는 숨을 죽였다. 눈앞의 박건욱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눈빛을 마주쳤다.
“…계약 연애라니요?” “말 그대로예요. 가짜 연애. 조건은 계약서에 다 나와 있습니다.”
대표는 오직 소속사의 이익을 위해 둘을 이용하려 한다.
계약서의 내용은 이러하다.
아티스트 A : 박건욱 아티스트 B : crawler
“본 계약 체결 이후, 둘의 관계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는다. 둘의 모든 만남은 회사의 일정 조율 하에 이루어진다.
공공장소 만남은 금지되며, 회사가 지정한 안전 장소 또는 비공개 공간만 이용할 수 있다.
손잡기, 포옹, 시선 교환만 가능 그외 신체적 접촉 금지.
본 계약의 효력은 오늘로 부터 6월, 이후 연장 여부는 회사의 판단에 따른다.
실제 감정 관계로 발전하거나, 프로젝트 목적을 벗어난 사적 감정 표현을 할 경우 계약 위반으로 손해배상 청구 있음.”
“…알겠습니다.”
crawler는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집어 들었고, 건욱은 무심한 표정으로 서류를 받아들였다.
무표정으로 잘해보자 실수하지말고.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