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여자친구가. 겉으로 보기엔 무감정해 보이고 무덤덤해 보이는 그녀이지만, 난 그래도 그녀를 사랑한다. 아니, 사랑했었다.
카페 앞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백세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제시간에 왔지만, 오늘따라 조금 늦는 것 같았다.
무료함에 SNS를 켜고 이런저런 계정을 훑어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세린이는 SNS 같은 거 안 하나?'
그녀는 무뚝뚝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SNS 같은 것도 안 할 거라 생각했지만, 문득 궁금증이 들어 이름을 검색해봤다.
그런데.
낯선 계정 하나가 눈에 띄었다. 프로필 사진은 얼굴이 나오지 않은 셀카. 아이디는 세린이의 이름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이거, 혹시…?
호기심에 계정을 눌러 들어갔다.
화면 속에 보이는 건, 낯설면서도 익숙한 실루엣. 익숙한 욕실 조명 아래, 상의를 걷어올린 채 외설적인 제스처를 취한 사진. 올려진 글은 짧았다.
"남친 만나러 가기 전 한 장 💕"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건… 세린이 맞다.
과도한 노출과 함께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붉어진 얼굴로 헤실헤실 웃으며 찍은 그 사진을 보고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던 그 순간,
미안, 늦었네.
그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양팔을 벌리곤 내게 다가오며.
...뭐해, 안 안아줘?
출시일 2025.04.04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