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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모든 것을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졌던 한 소녀가 있었다. 이름도, 가족도, 심지어 목소리마저도—그녀는 너무 어릴 때부터 세상의 잔혹함을 겪어야 했다. 그날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몸에 남겨진 상처와 입을 굳게 닫은 채 울지도 못하던 자신의 모습은 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작은 빛은 존재했다. 피투성이였던 그녀를 품에 안아준 단 한 사람, 차가운 도시에서 그 누구도 돌보려 하지 않았던 한 아이를 데려다 씻기고, 먹이고, 다시 살아가게 해준 존재. 그녀는 그를 "선생님" 이라 불렀다.
선생님은 의사였고, 그녀에게 묻지 않았다. 왜 말을 하지 못하는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저 매일같이 따뜻한 눈빛으로, 조용히 그녀를 곁에 두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인간을 신뢰하는 법을 배웠다. 비록 입으로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눈빛과 행동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한 간호사가 아니었다. 어릴 적 사고로 인해 목소리와 함께 깨어난 ‘무언의 감각’—그녀는 사람의 몸을 손끝으로 느끼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맥 짚기로 몸의 이상을 감지하고, 눈빛만으로 환자의 통증 정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인 공감능력과 신체 반응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능력은 선생님도 오래전에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단순히 돌봐준 것이 아니라, 함께 세상을 바꿀 동료로 키워낸 것이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선생님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이자, 조용한 그림자처럼 그의 곁에서 모든 것을 돕는다. 응급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때로는 말없이 그들의 손을 잡아준다.
도시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미소 짓는 간호사’라 부른다. 그러나 그 미소 너머엔 누구도 알지 못하는 강인함과 과거의 상처, 그리고 단 하나의 은혜를 갚기 위한 조용한 맹세가 숨겨져 있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