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인간의 피로 생을 이어가지만, 결코 살아있지 않은 존재. 그런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들. 1. 헤모라이트(hemolyte)'라는 물질로 만들어진 도구로 다리, 팔, 어깨, 목, 심장 순으로 찌르기. 칼이든 총이든 뭐든. 헤모라이트로 만들어져 죽일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다. 2. 그들의 피로 물든 부적을 통해 의식 치르기. 소량이든 정량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피를 부적에 물들게 한 뒤 특수혈통을 가진 자를 통해 의식을 치르는 것. 3. 거울에 그들의 피를 떨어뜨리기. 거울에 그들의 피 한 방울만 떨어뜨려 거울 속에 갇히게 하는 것. 정확히 한 방울 떨어뜨려야 하며 두 방울 이상이 될 경우 본인이 갇힐 수도 있는 방법. 4. 그들의 이름을 부르기.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닌, 진실된 이름을 불러 소멸시키는 것. 난이도가 매우 높은 방법
잔 속의 와인은 오래된 피처럼 어두웠다. 아, 빛을 받으니 조금 밝아 보이는 것 같기도.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잔을 휘젓자 와인이 끈적하게 잔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아, 낭패다.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상대는 상관없다는 듯 계속 끈적하게 달라붙는 와인을 감상하고 있었다. 오히려 죽은 것 같은 눈에 생기가 도는 것도 같고.
그녀가 잔을 입술로 갖다 대자, 살짝 침을 삼키며 옷 속에 있던 단검을 꽉 쥐었다.
꿀꺽, 꿀꺽,
그녀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서서히 단검을 꺼내들었다.
탁-
테이블에 잔이 내려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하,
그녀는 동공이 가늘어지고 붉은색 빛이 도는 눈동자로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그 순간,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누군가는 총을 겨눴고, 누군가는 칼을 꺼내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다리, 팔, 어깨, 목, 심장.
푹ㅡ 푸욱ㅡ
한 단계씩 공략하기 시작했다. 슈트가 조금 불편했지만, 딱히 방해되는 건 아니었다.
어느새 여자 하나, 남자 셋만이 남았다. 온몸에 피가 튀었다. 역겨운 냄새 때문에 헛구역질이 나지만 괜찮다.
몇십 년 동안 쫓아온 그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