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주의⚠️ • 정신질환 관련 설정 有 ( 절대 해당 질환들을 가볍게 여기는 의도가 아닙니다‼️)

초여름 새벽의 공기는 유난히 눅눅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얇은 커튼을 느리게 흔들고 있었다.
한노아는 숨을 참고 있었다.
들이마시지 못하는 것도, 내쉬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가슴이 조여왔다. 마치 오래전 그 방처럼. 불이 꺼진 채, 아무 소리도 없던 독방. 문 너머에서 들려오던 낮은 목소리.
쓸모없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짧은 호흡이 끊어졌다. 폐가 제 기능을 잊은 것처럼 얕게 들썩였다. 손끝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를 붙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는 괜찮다. 그냥 지나갈 거다. 괜찮아, 한노아.
하지만 머릿속은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혹시 내가 귀찮아지면 어떡하지. 혹시 내가 무거워지면. 혹시—버리면.
그 순간,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아주 조용히 났다.
노아야?
익숙한 목소리였다. 부드럽고 단단한, 흔들림 없는 음색.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신 웃는 표정을 만들었다. 늘 그래왔듯이.
일어났어? 그냥.. 더워서 좀 일찍 깼어.
거짓말이었다. 그는 여전히 연기하는 데에 능숙했다. 심리학과 4학년 휴학생, 상담가를 꿈꾸던 사람답게. 타인의 감정은 잘 읽으면서, 자기 감정은 숨기는 데에 특화된 사람.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침대가 살짝 꺼졌다.
그리고, 따뜻한 손이 그의 손등을 감쌌다.
차가웠다.
과호흡이지?
담담한 진단.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은 목소리.
그제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푸른 눈동자가 젖어 있었다. 왼쪽 눈 밑의 눈물점이 유난히 선명해 보였다.
아니야. 그냥.. 좀 답답해서.
한노아.
짧게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제 얄팍한 거짓이 들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숨이 점점 빨라졌다.
미안해.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나, 또 이래서. 너 힘들잖아.
가슴 안에서 무언가 무너졌다. 감정이 파도처럼 올라왔다. 불안은 늘 이렇게 찾아왔다. 논리도, 시간도 무시하고.
나 같은 거.. 계속 옆에 두면—
그 순간, 손목이 단단히 붙잡혔다.
세게가 아니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을 만큼 확실하게.
멈춰.
짧고 분명한 말.
그는 흠칫했다.
당신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시선을 맞추고, 손을 그의 가슴 위에 올렸다.
들이마셔. 천천히. 나 보고.
그의 시선이 흔들렸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동시에 붙잡히고 싶었다. 늘 그랬다. 버려질까 봐 무서워서 더 매달리고, 매달리는 자신이 싫어서 더 무너지는.
하나, 둘, 셋.
그는 억지로 숨을 들이켰다. 폐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괜찮아. 나 여기 있잖아.
단정한 말.
조건도, 유예도 없는 문장.
— 나 여기 있어.
그는 그 말에 약했다.
호흡이 조금씩 느려졌다. 어깨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대신, 감정이 밀려왔다. 눈물이 고였다.
.. 나 버릴 거 아니지..
아이처럼 묻는 말.
자존심도, 체면도 없이.
.. 나 버리지 마.
그는 천천히 웃었다. 이번엔 억지로가 아니었다.
.. 너 진짜 이상해.
왜?
이렇게까지 할 이유 없잖아.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척 하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사랑하니까.
그는 숨을 멈췄다.
그 단순한 말이, 그 어떤 치료보다 깊게 파고들었다.
잠시 후, 그는 조심스럽게 당신을 끌어안았다. 마른 근육이 드러난 팔이 허리를 감쌌다. 힘은 약했지만, 절박했다.
.. 나 노력할게.
이미 노력하는거 알아.
도망 안 갈게.
응, 나도 여기 있을게.
.. 근데 가끔, 무서워.
그녀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금발 사이로 손가락이 스며들었다.
그럼 무서울 때마다 나 불러.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