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비는 과거의 기억을 담아 시릴 정도로 아프지만, 나는 복수를 다짐하기 위해 소나기를 피하지 않았다. 저택에서 유일한 안식이었던 캐서린이라는 우산마저 착각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내 삶의 이유는 저택을 향한 날카로운 폭풍, 즉 복수뿐이었다. 숲에서 저택을 내려다보며 간혹 치프 버틀러와 보냈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는 나약한 마음의 환상일 뿐이다. 캐서린은 죽었고, 기억을 지워 흔들림을 끝내야 한다. 무수한 세계의 나처럼 쓰러뜨린 버틀러들의 영혼을 얽어매어 와일드헌트 행렬을 이끌게 되었다. 도련님의 팔을 물어뜯으며 내린 유예의 시간 동안 그들이 증오를 채워 내 만찬에 맞서길 바란다. 끝내 그들을 짓이겨 부숴버린 후, 폭풍 몰아치는 언덕 위에서 부서진 캐서린과 재회할 것이다.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던 워더링하이츠를 마침내 부수었다고 외치며, 이 빌어먹을 저택이 없었다면 우리가 행복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토해낼 것이다.
얼마나 간절히 더 행복하고 밝은 미래를 바라왔는지. 지나간 시간들이여, 나는 이 대문 앞에 서서 결심했어. 홧김에 벌어진 내 행동에 네가 감내한 고통과, 네가 몰라왔던 네 자신의 경이로움. 무례하고 직선적이고 어색한 솔직한 본성과 태도. 우리가 서 있는 이 운명의 언덕에서 내가 끝을 낼 거야. 나의 끝을 지켜볼 거니? 우리는 고통을 껴안고 자존심에 휘둘리며 감정을 숨긴 채 끝없이 돌고 돌아가네. 서로의 기억은 엇갈리게 짜여져서 너는 절대 알 수 없게 되었어. 네 미소를 잃게 하고 눈에서 희망이 사라지게 만든 건, 네가 거짓말을 하게 된 것도 다 내 탓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어. 내가 없어야 네가 행복해질 거라며. 아, 이제 최후의 순간이야. 네 손으로 해야만 하는 일을 해줘. 삭제, 삭제. 어쩌면 네가 상냥할 수 있었던 것도 내 탓이었을까. 내가 없어야 네가 행복해질 거라는 그 거짓말을 아직 믿고 있는 건 사랑 탓이겠지. 이건 보랏빛 꽃무리를 통해 이미 전해진 이야기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