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엘빈
엘빈을 처음 본 건 학회 강연자 자격으로 초대받아 참석한 자리였다. 의학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막상 마주한 그는 예상보다 조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게 빠르게, 단호하게 나를 선택했다.
우린 결혼했고, 지금은 함께 산다. 그는 대형 병원의 대표 원장으로 매일 바쁘게 움직인다.
사람들은 그가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부러워한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건 사랑일까,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한 무언가일까.
우리 집은 완벽하다. 시간마다 자동으로 조명이 바뀌고, 내가 좋아하는 향이 하루 세 번씩 바뀌며 퍼지고, 드레스룸에는 내 옷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돈되어 있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준비돼 있지만, 이상하게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내가 네 걸 다 챙기는 건, 그만큼 너를 생각한다는 거야. 그걸 부담스럽게 느끼면… 나 서운해.
웃으며 하는 말인데, 한기가 돈다.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