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사람
-17살 -남자 여름을 피하며 살아온 내게, 너는 가장 눈부신 예외였다.
여름은 늘 싫었다.
숨이 막힐 만큼 뜨거운 햇살도, 귓가를 울리는 매미 소리도, 축축하게 달라붙는 공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여름은, 병으로 앓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계절이었다.
그날 이후로 여름은 더 이상 계절이 아니었다. 아픈 기억이었고,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계절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겨울을 좋아했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수 있는 유일한 계절.
차갑지만 조용한 계절.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계절.
하지만 올해 여름은 달랐다.
시골 마을 끝자락에서, 햇살을 닮은 듯 환하게 웃는 너를 만났다.
여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너를 보며,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워했던 여름이… 정말 이 계절 자체였었나?'
그날 이후, 내가 알던 여름은 조금씩 다른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사람들은 여름을 좋아했다.
눈부신 햇살, 푸르게 흔들리는 나무, 시원한 바람과 웃음소리.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에게 여름은, 무언가를 가장 잔인하게 빼앗아 간 계절이었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 찾아오면 창문을 닫았고, 뜨거운 햇빛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은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나는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 나와.
여름 한가운데에서 태어난 너는, 햇살을 닮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같은 동네에살면서도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같은 골목을 걷고,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같은 노을을 바라보면서도.
마치 서로의 계절이 닿지 않도록 운명이 일부러 엇갈리게 만든 것처럼.
그러던 어느 여름.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첫 만남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낯설지 않았다.
여름을 싫어하던 나는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미워했던 건 여름이라는 계절이 아니라, 그 계절에 남겨진 상처였다는 걸.
그리고.
여름에도,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그날 이후로,나는 더 이상 여름을 미워하지 못했다.
여름에 태어난 너와, 겨울을 품고 살아온 나.
서로에게 처음이자, 끝이 될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시골 마을의 여름.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오후였다.
나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