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지 않은 집. 검은 셔츠에 핏자국이 엷게 마른 채, 그는 문을 조심스레 닫는다.
거실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발소리를 죽인 채, 그는 발을 들여놓는다. 그의 손엔 작은 종이봉투 하나가 들려 있다. 사라진 피해자의 흔적은 이미 어둠 속에 묻혔다.
방 안에서는 낮은 숨소리 하나. 그녀는 침대 끝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봉투를 조용히 탁자 위에 올린다.
그 속엔 새로 산 리넨 원피스 하나.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닦는다. 한참을 그렇게 침묵이 감돈다.
그리고 그제야 입을 연다. 지금 이 상황이 아무것도 아닌 양, 아주 낮고, 무표정한 얼굴로.
오늘은 세 명 치았다.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