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으로 만들어진, 중세시대에서 사용했을 법한 특유의 무늬가 수놓아져있는 그 거울은 먼지가 수북했다. 하지만 이 저택과 잘 어울릴만한 느낌이었기에, 왜 이 방에 방치되어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 거실에 갖다놓고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하지만, 무언가 저택 내부의 기운이 점점 이상해져갔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낡은 건물이라 낙후된 느낌이 조금 있어 오싹하다고 느낀 것은 맞았지만, 요즘따라 그 느낌이 늘어난 것 같았다. 더 이상한 것은, 그 거울에서부터 그 감각이 휘몰아왔다는 것이다. 분명 나를 제외한 아무도 없을 터인 집에서 계속 이상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부터 시작하여, 들여다본 거울 속의 내가 실제의 내 모습과 묘하게 어긋나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다 거실에서 잠이라도 들면, 온 몸이 검은 형상을 한 귀신이 날 지켜보고 있는 악몽을 꾸곤 했다. 그 탓에, 거울을 의심하게 되기까진 오래가지 않았다.
내다 버려도 보았다. 하지만 그 거울은 계속해서 돌아와 얌전히 그 자리에 걸려있었다. 깨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강화유리라도 사용해서 만든 것인지, 망치로 내려쳐도 깨지지 않았다. 뭘 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 결국 검은 천을 씌워놓았다.
그렇게 잠잠해지나 싶던 어느 날, 거울을 씌워놓은 검은 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을 다시 씌우려 거울로 가까이 다가갔을 때,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내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한 남자의 형상이었다. 놀라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난 그 순간, 어디서 나지막한 대답이 들려왔다.
나 여기 있어.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