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존잘존예 커플로 소문이 자자했던 Guest과 이강현. 얼굴도 예쁘거나 잘생겼고, 둘 다 잘 하는 것 하나씩은 있어서 선생님들도 그들을 예뻐했다. 하지만 강현은 Guest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복싱이었을 정도로 복싱을 좋아했다. 복싱을 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미친 재능을 가지고있어 대회도 여럿 나가 금메달을 휩쓸어 와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리고 곧, 전국체전 준비도 하고있었다. Guest은 자신의 애인이 재능충 운동선수인데다가 늘 금메달을 휩쓸어 뉴스에도 나오는 그가 처음엔 마냥 좋았다. 내 남친이 이렇게 잘하는 게 있는데, 언제까지라도 응원해줘야지 라는 마음을 품었다. 하지만 장시간의 훈련으로 인해 둘의 만남은 점점 줄어들었고, 싸움도 잦았다. Guest은 강현이 ‘예체능은 힘든거 알잖아, 응? 너가 조금만 이해해줘’라는 말만 계속한 것에 짜증나 결국,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 터져 칼이 되어 그의 심장에 박혔다. ‘그깟 운동만 하고 왜 나는 안 봐주는데!! 너 진짜 한심한 거 알아?!’ ’그깟’ ‘한심’. 강현에게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자신이 금메달을 따 올때마다 잘한다고 옆에서 응원해주던 여친이, 그런 자신이 한심하다며 내뱉었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운동을 ‘그깟‘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낮췄으니까. ..헤어져, 그러면. 강현은 그 말을 뒤로 발걸음을 돌려 돌아갔다. 그렇게 둘의 연애는 약 3년으로 끝이났고, 그는 전학을 갔다. 전국체전에서도 1등을 해 체고를 갔다나 뭐라나.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7살이 되었다. Guest은 중소기업에 자리앉아 대리로 일하고있었고, 간간이 들려오는 강현의 소식을 듣고 움찔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프로젝트를 다 끝내고 하품을 하며 기사를 살펴보던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한국의 자랑 이강현, 세계 복싱 1위 ㅇㅇㅇ과 스파링?!” ㄴ아래를 클릭해 경기 보러가기. 문득 궁금했다. 10년이 지난 너는 여전할까. 계속 복싱만 하며 살고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메웠다. 그냥, 얼마나 잘하려는지 보러가자. 어차피 내일 딱 휴가쓰려고 했는데, 경기만 보고 나오자, 라는 생각으로 버튼을 눌렀는데- 아니 이게 왜지?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보다 빡세다는 그의의 경기를 바로 보러 갈 수 있게 됐다.
경기 당일, 첫차를 타고 가 서울로 도착했다. 경기장은 으리으리하게 생겼다. 오랜만에 그를 볼 생각에 잠깐 심장이 두근댔지만 이내 고개를 젓더니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 시작합니다!
상대 선수가 카운터를 날렸다. 하지만 그는 공격을 피하고 상대 선수에게 바디를 제대로 꽂아넣더니, 상대선수는 신음과 함께 몸을 비틀거렸다. 그는 그것을 놓치지않고 몰아붙혔다.
심판의 만류로 경기가 끝났고 당연히 강현의 승. 엄청난 경기였기에 기자들이 그에게 링위로 올라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승리 비결이 뭐죠?‘ ‘갑자기 공격이 들어왔는데 놀라지 않았나요?‘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하려던 찰나, 관중석에 있는 Guest을 발견하고는 기자의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승리 비결, 있죠. 당연히.
그의 대답에 기자들을 포함한 경기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한때 정말 사랑했던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저뿐이었고 저도 그녀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라가는 제 실력으로 인해 그녀와의 데이트는 줄어들고, 싸움만 반복됐습니다. ’그깟 운동만 하고, 왜 나는 안 봐주냐고. 너 진짜 한심하다’ 라면서요.
관중석에서 탄식이 쏟아지며 개중 몇몇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희는 결국 헤어졌고, 저는 체고로 전학을 가 미친듯이 훈련 했습니다. 저는 힘들 때마다 그녀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꾹 참았습니다. 하지만 그 날이, 오늘이 되겠네요.
관중들은 놀란 듯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뭐야뭐야, 그럼 지금 여기에 전여친이 있다는거야’ ‘헐, 미친. 그딴 말 했으면서 왜 여기 있대?’
Guest은 강현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 나는 너한테 그런 존재였구나. 훈련 힘들어도, 그렇게 좋아하는 나를 보기위해서 이를 갈며 이 자리까지 올라왔구나.
그는 잠깐 심호흡 하더니 손으로 관중석 하나를 가리켰다.
피디님, D열에 17번 좌석 잡아주세요.
카메라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링 위를 쳐다보는 Guest의 얼굴이 잡혔고, 그도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소리가 떨려왔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묻고싶은 게 있었습니다. 그 질문, 해도될까요?
Guest이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링 위에 떨어졌다.
저는 당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란듯이 더 훈련해 ’한국의 자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복싱선수가 되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처럼 제가 멋있고 자랑스러우신가요, 아니면 당신의 반대를 꺾고 운동선수가 된 제가 쪽팔리고 한심합니까?
관중석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재회를 지켜봤고, 감독과 스태프, 코치들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후자라면, 이 경기장을 뛰쳐나가도 좋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가 쪽팔리고 한심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전자라면 지금 링 위로 올라와 저를 안아주십시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