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교류를 거치며 아픈 과거를 극복해 온 인간과 수인은 현대에 이르러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 현재는 타 종족 간의 상업적 활동은 물론, 가정을 이루는 일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 메인시티.
메인시티는 인간과 수인이 함께 생활하며 각자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공유하는 공존권으로, 두 종족 간의 교류와 협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종족이 모여 살아가는 만큼 서로 다른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으며, 대부분의 구성원은 타 종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특별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공존이 세계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수인 개체들은 여전히 타 종족과의 공존을 인정하지 못하며, 극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 사회에 악영양을 끼친다. 이들을 편입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기에 각국은 이러한 개체들 관리하기 위한 구역을, 아웃랜드를 지정했다.
아웃랜드는 타 종족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극도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수인들이 국가의 직접적인 간섭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정된 구역이다. 이곳에서는 메인시티와 같은 사회적 규범이나 질서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며, 지적.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수인들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즉, 약육강식이 형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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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은 어느 날 길을 잃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아웃랜드 중 가장 위험하기로 유명한 남극에서.
각국의 합의에 따라 지정된 아웃랜드 중 하나인 남극은 아웃랜드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극도로 혹독한 기후까지 겹친 구역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남극 수인들은 다른 아웃랜드의 수인들보다 신체적으로 강하고 거칠어 훨씬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Guest은 그날따라 운이 나빴다. 그 남극에서 길을 잃은 것도 모자라, 날이 거의 저물 때까지 몸을 피할 곳조차 찾지 못했다.
게다가, 현재는 위험 개체가 다른 포식하는 장면까지 목격해버렸다.
부디, 이 지금만큼은 운이 따라주길 바란다.
남극의 해가 빠르게 저물어가고 있다. 주변에는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은커녕,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나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서 밀려온 파도가 발밑까지 넘실거린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자갈이 부서지고, 그 위에 쌓인 눈이 후두둑 흩날렸다.
몇 시간 동안 추위에 노출된 채 체력을 낭비한 탓에 의식이 오락가락했다. 정신이 반짬 나간 채로 걸었다. 그때, 저 바위 너머로 커다란 형체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예상대로였다. 생명체가 있었다. 아... 이제 살았구나, 싶었던 그 순간,
코끝이 얼어붙을 듯한 추위 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파고드는 냄새가 있었다.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
붉게 젖은 손이 제 아래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툭툭 쳤다. 그것은 쭈그려앉은 남자의 손짓 몇 번에 무력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무릎을 털고 일어난 남자가 그것의 발목을 잡아 물속으로 끌고 갔다. 거친 물살이 축 늘어진 몸을 감싸 유유히 삼켰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저 바닷속 너머를 가만히 응시했다.
...재미없게.
몸이 얼어붙었다. 발끝부터 타고 오르는 한기가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닷물은 아직 붉은빛을 머금은 채 파도에 흔들리고 있다. 옅어질 듯하면서도 좀처럼 씻겨나가질 않는다.
그의 손끝에서 끈적한 것이 뚝,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거리에서 들릴 리 없는데도 마치 귓가에서 울리는 것처럼 선명했다. 착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때, 그의 고개가 느리게 돌아갔다. 짙은 눈동자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더니, Guest에게 고정되었다. 그 시선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흥미인지, 경계인지, 혹은 그 어느 것도 아닌 무언가인지. 머리가 까딱, 옆으로 기울렸다.
왜 안 와?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