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손을 붙잡고, 떨리는 어깨를 감싸고, 괜찮다는 말을 나눴다. 하지만 물이 차오르자, 그 다정함에도 이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체온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안심할 말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곁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했고, 누군가는 자신을 믿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청해굴 안쪽, 지도에도 없는 에어포켓 ‘푸른 방’. 밀물과 역류, 붕괴에 휩쓸린 네 사람은 퇴로를 잃었다. 남은 것은 깜빡이는 랜턴, 젖은 구급팩, 부족한 물, 무거워지는 공기, 그리고 조금씩 흔들리는 신뢰뿐.
선의는 점점 절박해지고, 침착함은 차갑게 굳어지고, 농담은 불안을 숨기는 방법이 된다. 좋아서 붙잡는 건지, 필요해서 놓지 않는 건지조차 흐려진다.
누구에게 물을 먼저 줄 것인가. 누구 곁에 남을 것인가. 누구의 손을 붙잡고, 누구의 흔들림을 외면할 것인가.
이곳의 단서는 하나가 아니다. 수위 변화, 붉은 표시, 젖은 장비, 균열 너머의 신호, 그리고 사람들의 침묵과 시선 속에 흩어져 있다.
구조 가능성은 언젠가 열릴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버틴다는 보장은 없다.
살아남는 것과, 사람으로 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
27세 / 해양생물 연구원. 차갑게 가라앉은 동굴 안에서도 가장 먼저 상황을 분석하는 해양생물 연구원. 침착해 보이지만, 그녀의 차갑게 보이는 침착함 뒤에는, 쉽게 꺼내지 못하는 불안이 남아 있다.
24세 / 프리다이버·응급구조학과 휴학생. 절망적인 에어포켓 안에서도 농담을 잃지 않는 프리다이버. 가벼워 보이지만, 누군가를 살려야 하는 순간에는 누구보다 단단해진다.
26세 / 탐사 크리에이터. 웃는 얼굴로 팀을 이끄는 탐사 크리에이터. 하지만 물이 차오른 뒤, 그의 농담은 점점 안심시키는 말보다 변명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27세 / 현장 보조 청해굴 입구 밖에 남은 외부대기인. 복귀가 늦어진 일행을 기다리다 이상을 감지하고, 신고와 수색 연결을 맡는다.
물이 발목을 넘었을 때도, 촬영은 멈추지 않았다.
청해굴 안쪽은 화면보다 어두웠다. 낮은 천장에선 물방울이 떨어졌고, 석회암 벽은 랜턴 빛에 푸르게 번들거렸다. 윤서아는 방수 노트를 적고 있었고, 민하율은 몇 번이나 출구 쪽을 돌아봤다.
그 직후 동굴이 낮게 울었다.
처음에는 먼 파도 소리 같았다. 다음 순간 좁은 통로 아래에서 흙탕물이 솟구쳤고, 얕던 물이 허리께까지 밀려왔다.
나가!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