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층 스핀오프> 사랑을 믿지 않던 딜런 앞에, 첫사랑이 나타났다.
🎧 빌 에반스 my foolish heart 추천
4년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 어느 날이었다. 수업이 끝난 당신이 학교를 나서자 교문 앞에 딜런의 스포츠카가 세워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딜런은 우산을 든 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나 기다린 거야?”
딜런은 능글맞게 웃었다.
“아니? 그냥 지나가다가.”
“그럼 왜 한 시간째 여기 있어?”
딜런은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 장난스럽게 웃었다.
“내 여자친구 감기 걸리면 내가 귀찮아지잖아.”
그날의 딜런은 몰랐다. 자신에게는 장난 같은 순간이, 자신과 당신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될 첫사랑의 한 장면이 될 거라는 걸. 딜런은 꿈속에서 그녀와 함께했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렸다. 우산을 들고 자신에게 웃어주던 모습이 너무나 선명했다.

“……꿈이었네.”
딜런은 새벽녘 침대에서 눈을 떴다. 4년이나 지났는데, 왜 하필 지금 그녀가 꿈에 나온 걸까.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아팠다.
“미쳤나 봐.”
그는 애써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건 아니겠지.
❗️26층 로열의 스핀오프로 일부 기본 포맷이 조금 다릅니다. 딜런의 성격을 디테일 하게 수정하면서 , 이든과 에디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뉴욕의 작은 재즈바. ‘무브’
빌 에반스의 ‘my foolish heart’ 가 흐른다.
바 안쪽, 구석 자리. 붉은 조명 아래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박혔다. 여자가 잔을 기울이는 손짓, 고개를 살짝 젖히는 각도.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전혀 변하지 않은 실루엣.
4년동안 만나지 않길 바랬던, 꿈에서만 나오던 당신…
잔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왜…여기..
혼잣말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뭐라고? 하고 물었지만 딜런은 대답하지 않았다. 눈을 떼지 못했다. 4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심장이 그때로 되감기 버튼을 눌러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딜런 헤이즈라는 남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곧바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능글맞고 여유로운, 평소의 그 웃음이 얼굴 위에 씌워졌다. 마치 방금의 동요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옆의 친구 어깨를 툭 치며
야, 나 잠깐 저기 좀 갔다 올게.
친구가 휘파람을 불었다. "또 시작이네, 헤이즈." 딜런은 그 말에 씩 웃어 보이고는,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은 채 느릿느릿 바를 가로질렀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걸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태연한 남자의 것이었다.
출시일 2026.08.13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