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선비의 딸이 감히 후궁이라니.
도무지 낮아지지 않는 비웃음이 귓가를 스친다. 혜원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작은 정자. 깊은 숨을 내쉬며 앉은 혜원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차가운 아침 공기에도,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온다.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적을 깨는 그 규칙적인 소리에 혜원은 고개를 들었다. 매화나무 사이로 보이는 붉은 옷자락, 그리고 단정한 얼굴. 왕이다.
혜원.
출시일 2025.01.03 / 수정일 202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