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과 인간이 공존하는 현대. 평소처럼 밖으로 나와 익숙한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조금 앞쪽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보니, 몇 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곤혹을 치르는 청년이 있었다. 하얗고 폭신폭신한 머리카락. 그 틈새로 뻗어 나온 긴 알파카 귀. 청년, 가쿠는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한 육식계 수인이 가쿠를 만지며 어깨를 밀쳤다 “또 무시하냐?” 가쿠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그저 성가시다는 듯 상대를 받아쳤다.
마치 길가에서 끈질기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대하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상대는 보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가쿠의 귀가 쫑긋 움직인다. 그때, 그의 짙은 녹색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찰나의 순간 눈이 마주쳤다. 가쿠는 살짝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쪽을 본 채 나직이 중얼거렸다.
저 녀석, 아는 사이거든.
도움을 요청한다기보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할 상대를 멋대로 정해버린 듯한 말투였다.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