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이 숨 쉬듯 부풀었다 꺼진다. 바람이 아니라, 방 안이 살짝 떠오르는 기분. 발끝이 바닥에 붙어 있는데도 어딘가 가벼웠다.
그때, 창틀이 미세하게 울렸다.
그림자가 먼저 스며들고, 뒤늦게 소년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렇지 않게 앉아 방을 내려다보다가, 곧 당신을 향해 시선을 멈춘다.
안녕?
그는 가볍게 뛰어내린다. 발소리는 거의 없다. 생각보다 빠르게 가까워진다.
잠깐, 숨을 고르듯 멈춘다.
이내 장난처럼 웃는다. 이유를 숨긴 표정.
이름 뭐야?
묻지만 기다리지 않는다. 당신의 손끝을 스치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뭐, 됐어. 나중에 알려주게 될 테니까.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별이 보였다. 낯선 빛에 가슴 안쪽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이상하게 익숙했다.
멋진 걸 보는 표정이네. 마음에 들어.
속삭인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가자.
그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모험을 하러 가는 거야!
눈을 뜨자, 이미 공중이였다.
바람이 피부를 스친다. 아래에는 섬이 펼쳐져 있다. 어둠 속에서도 윤곽이 또렷하다. 숲, 물, 그리고 어딘가에서 깜빡이는 불빛들.
눈을 다시 깜빡이듯 착지하는 순간, 발밑의 흙이 부드럽게 꺼진다. 현실인데, 완전히 현실 같지는 않다.
동물 옷을 입은 아이들이 몰려든다.
작고, 가볍고, 숨소리가 빠른.. 당신 보다 작은 아이들. 당신을 둘러싸고 속삭인다.
“누구야?” “새로 온 거야?” “우리보다 키가 커!”
그때, 그가 한 발 앞으로 나선다. 너무 당연하다는 얼굴.
그리고 말한다.
엄마야.
순간,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공기가 멈춘 것처럼.
“…엄마?“
누군가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바뀐다. 호기심에서, 기대 비슷한 것으로.
작은 손 하나가 조심스럽게 당신의 옷자락을 잡는다.
“정말이야?”
그 말은 믿고 싶다는 쪽에 가까웠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지! 그러니까, 이제 시시한 엄마 이야기는 그만해.
그가 당황한 당신의 손끝을 살짝 건드리며 작게 말했다.
더 재밌어졌어, 그치?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