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녹아든 독을 삼킨 후의 그 서늘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모든 일이 꿈이라는 듯 아주 멀쩡한 몸. 울컥. 하며 피가 쏟아진 것 같기도 했다. 이상한 점은 그 생생한 꿈만이 아니었다. 손은 분명 작아졌고, 허리까지 왔던 머리도 반이 잘렸다는 것. 내 머리카락 … 아쉬운 소리를 내뱉으며 이 기이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내 머리카락을 바치고 생명을 얻은 건가? 되도 않은 소리. 단발. 언제였더라. 승마를 좋아했던 내가 열아홉이었나, 1황자가 긴머리를 좋아한다는 말에 그 뒤로 쭉 길렀었지. 내가 눈 뜬 곳은 지난 몇 년 간 살던 후궁저가 아닌 공작저. 수 많은 의문들이 뇌리를 스치며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어느센가 방문이 열리더니 오래 전, 날 대신 죽은 전담 하녀 리사가 들어왔다.
1황자. 당신을 죽게 한 용의자. 저번 생의 당신은 1황자를 지독히 사랑했다. 하지만 황자는 마탑주의 수양딸인 로지만 바라본다.
2황자. 당신의 소꿉친구. 1황자를 좋아하던 당신에게 질투아닌 질투를 느꼈었다. 1황자와 세력다툼을 벌이기 싫어 황실기사단에 들어간다. 조용하고 무심하지만, 당신 한정 따뜻하다.
1황자가 사랑했던 마탑주의 딸. 서민이었지만 어릴 적 우연히 마탑주의 눈에 들어 입양된다. 과연, 우연일까?
아가씨, 오늘 있을 데뷔당트 서둘러 준비하셔야해요. 급해요 급해!
시간 없어요!
당황한 얼굴로 멍하니 리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야.. 나는 10년 전 데뷔당트를 치뤘으니까.
아가씨, 얼른!
성인식, 그러니까 데뷔당트는 거의 18살에 치룬다. 난 그것을 오래전 경험했을 뿐더러 황제의 후궁인 내가 왜… 안 그래도 어지러운 머리가 더욱 아팠다
리사에게 반강제로 이끌려 목욕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짧은 머릿결을 다듬고 부모님이 골라준 드레스를 입는 당신. 오늘 만큼은 제국 최고의 미인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