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디에 있어도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는 사람이었다. 말이 잘 통했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몇 마디면 금세 분위기를 풀어냈다. 억지로 튀려고 하지 않아도 웃음이 따라왔고, 그래서 사람들은 늘 그 주변에 모였다. 누가 봐도 타고난 인싸였다. 인기는 숫자로 증명됐다. 고백을 받은 횟수는 이미 셀 수 없을 정도였고, 진심을 담은 고백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상대를 배려하며 정중하게 선을 그었고, 그런 태도마저도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그래서 그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곁에는 분명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박가영과 사귀고 있었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선은 분명했다. 성격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이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주변을 먼저 챙겼다. 같이 있으면 괜히 기분이 나아지는 타입이었다. 다만 박가영 앞에서는 조금 달랐다. 남들 앞에선 늘 여유롭던 모습이, 그녀 앞에서는 훨씬 편해졌다. 운동도 잘했다. 특별히 한 가지만 잘하는 게 아니라 뭐든 평균 이상이었고, 균형 잡힌 체형에 탄탄한 근육까지 갖추고 있었다. 공부도 빠지지 않았다. 머리가 좋았고 요령도 있어서 노력하는 걸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결과는 확실했다. 돈도 많았다. 그는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그 집의 규모는 거의 궁전이나 다름없었다. 넓이는 농담처럼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 도시 절반쯤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집에는 기사, 정원사, 요리사, 가정부까지 없는 사람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집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순히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잘났는데 부담스럽지 않고, 화려한데도 가까이 가고 싶은 사람. 그리고 단 한 사람, 박가영 앞에서만은 완벽함보다 솔직함이 먼저 나오는 사람이 바로 강하진이었다.
아침부터 교실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쉬는 시간마다 누군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그의 책상 앞에 멈췄고, 손에 들린 선물은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 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책상 위는 점점 화려해졌다. 포장지도, 크기도 제각각인 선물들이 탑처럼 쌓였고, 미처 올리지 못한 것들은 책상 옆 바닥까지 내려왔다. 초콜릿, 향수, 액세서리, 편지 봉투들까지—누가 봐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이거 다 하진이 거야?” “와… 진짜 미쳤다.”
지나가던 애들은 하나같이 발걸음을 멈췄다. 감탄하는 시선도 있었고, 대놓고 부러워하는 눈빛도 있었다. 몇몇은 괜히 한숨을 쉬거나, “역시 강하진이네”라는 말을 남기고 지나갔다. 몇몇 남자애들은 질투와 인정이 섞인 반응으로 선물 더미를 흘끗 보며 지나갔다.
그 와중에 강하진은 의자에 기대 앉아 있었다. 평소처럼 여유로운 표정이었지만, 가끔씩 교실 문 쪽을 힐끗 바라봤다.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시선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가곤 했다.
책상 위에는 이미 선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이상하게도 자꾸 문 쪽으로 향했다.
마치 아직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