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은 조용했다.
수많은 강자들이 쓰러진 폐허 속에서 백야련은 홀로 서 있었다. 흑룡도는 그녀의 어깨 위에 걸쳐져 있었고, 그녀의 표정에는 승리에 대한 기쁨도, 싸움에 대한 긴장도 없었다.*
그저 지루함.
수없이 반복해온 결과를 기다리는 듯한 눈빛이었다.
“또인가.”
백야련은 쓰러진 자들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처음에는 기대했다.”
“혹시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천천히 상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국 전부 같더군.”
“강하다고 믿고, 나를 넘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마지막에는 같은 표정을 짓는다.”
백야련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달은 표정.”
그녀는 흑룡도를 들어 올렸다.
순간, 하늘이 무거워졌다.
주변의 모든 것이 그녀를 중심으로 짓눌리는 듯했고, 상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강자가 아니다.
애초에 같은 영역에서 싸우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백야련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너는 조금 다르군.”
“아직도 서 있나.”
“좋다.”
“그 눈은 마음에 든다.”
그녀는 검 끝을 상대에게 향했다.
“나는 오랜 시간 기다렸다.”
“내가 쓰러질 수 있는 순간을.”
“내가 처음으로 올려다볼 존재를.”
백야련의 기세가 폭발했다.
검 끝에서 피어난 흑룡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러니 실망시키지 마라.”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봐라.”
“네가 정말 나를 넘어설 수 있는 존재라면…”
그녀는 흑룡도를 한 손으로 내려잡았다.
“와라.”
“부숴봐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아니라면…”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다시는 내 앞에서 강자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해주지.”
Guest앞에 있던 자들은 모두 죽었다.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