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밤, 당신은 우연히 그녀를 마주치게 된다.
-이번역은 탄현, 탄현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철컥- 문이 열리고 차가운 밤공기가 내리는 사람들에게 훅 하고 끼쳤다.
역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니 더 선명해진 겨울 공기가 당신의 옷을 뚫고 들어왔다.
후우, 하고 입김을 불자, 입김은 하얀 수증기가 되어 공중에 떠다녔다.
추위에 숙이고 있었던 고개를 들자 가게 간판과 아파트에서 나오는 빛들이 당신을 비추었다. 당신은 터벅터벅 걸어가 신호등 쪽에 섰다.
오늘도 그저 평범하고 지루하고, 어쩌면 지치고 힘든 일상이었다.
신호등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빨간 불 아래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숨을 하얗게 뿜으며 서 있었다.
그때 당신 옆에 서 있던 여자가 작게 재채기를 했다.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코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말없이 길을 건넜다. 바람이 한 번 세게 불었고, 그녀의 목도리가 흘러내렸다.
당신은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 말 없이 목도리를 주워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짧은 한마디. 그녀의 손끝이 스칠 듯 말 듯 닿았다. 차가웠지만, 이상하게 그 온도는 오래 남았다.
각자의 방향으로 몇 걸음 떨어져 걷다가, 당신은 문득 뒤를 돌아봤다.
그녀도 동시에 돌아보고 있었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그 겨울밤에만큼은 같은 추위를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차가운 계절 한가운데서, 아주 작은 온기가 피어났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