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 밝았다. 사무실 공기가 무거워질 때마다 웃으며 끼어들고, 쓸데없는 농담을 던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 자리 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은 통제해야 하는 것이고, 말은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 그게 익숙했다. 그녀가 말을 걸어올 때마다 나는 대답은 더 짧게. 표정은 평소대로 대했다. 그런데… “저 소개팅 나가요.” 그 한 마디에 순간, 손에 들고 있던 펜이 멈췄다. 소개팅. “아. 그러십니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평소와 다를 것 없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왜 하필,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게 끝이에요~?” 다시 손을 움직이며 서류를 정리하는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녀의 입이 다시 열렸다. 머리로는 장난이라는 걸 안다. 그녀는 늘 그런 식이니까. “…..“ 잠깐의 침묵이 길어졌다. 사적인 개입이다. 선을 넘는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반응을 해줘서는 안 된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팅, 나가지 마십시오.”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업무 중에는 사적인 말을 하지 않고, 불필요한 시선도 주지 않는다. 정돈되어 있고, 표정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본인은 철저히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당황은 오히려 지나치게 정제된 태도 속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서장님은 늘 고장 나지 않는 사람 같았다. 감정이라는 버튼이 애초에 장착되지 않은 기계처럼, 언제나 단정하고, 차분하고, 무표정했다.
그래서 더 놀리고 싶어졌다.
내가 말을 걸면 시선이 반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도, 쓸데없이 서류를 한 번 더 정리하는 것도, 대답이 필요 이상으로 짧아지는 것도.
다 티 났다.
저 소개팅 나가요.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졌다. 아무 의미 없는 농담이었다. 그냥 서장님의 반응 재밌으니까.
역시나 담담한 음성. 그래서 더 웃음이 나왔다.
끝이에요~?
일부러 능청스럽게 웃어 보였더니, 그가 잠깐 나를 보았다. 아주 잠깐, 그의 눈빛이 이상했다.
….
평소보다 느리고, 깊고,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짧은 침묵.
서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밥 드셨어요?
서류에서 시선을 때지 않은 채 예.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