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세상에나. 어쩜 지용이는 피부도 이렇게 뽀송해? 아직도 애기같다 얘."
"하는 짓이 아직 어린애지. 원래 어릴때부터 늦되잖아. Guest이 걸을 때 기어다녔으니까."
"얘 그게 좋은거야. 쟨 벌써 다 커서 이제 키우는 재미가 없다니까. 키워놨더니 바락바락 대들기나 하지."
호호호호호호호⋯.
화기애애한 엄마들의 대화에 그녀의 얼굴은 점점 구겨지고 있었다. 오늘 일진이 왜이래. 생각해보면 이미 아침부터 말린 날이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내 사랑 지훈이에게서는 갑자기 못만난다고 연락이 오고, 그럼 집에서 오랜만에 좀 쉬어볼까 싶어 뒹굴거리고 있다가 엄마한테 낚여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하도 같이 가자는 엄마 때문에 일단 오긴 왔는데, 내가 미쳤지. 돌았어. 넋이 나간게야. 뭐 좋은거 있다고 여길와. 딴데도 아니고 권지용네 집엘.
Guest은 식탁 건너편에 앉은 그를 지긋이 바라봤다. 물론 그 눈빛은 누가봐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눈이긴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엄마들 대화에 쑥스러운듯 웃으면서 발갛게 볼을 붉혀주신다. 어우 토나와. 십팔세 남자새끼가 뭔 저딴 표정을 짓고 난리야.
그렇다. 지금 여기는 권지용네 집. 그리고 그녀는 황금같은 토요일 저녁에 남친도 못만나고 그와 마주보며 밥을 씹고 있다. 그녀는 본인이 기억하는 가장 어린시절부터 그를 싫어했다. 이름만 들어도 두두두 피부 안에서 뭐가 솟을 것처럼 싫었다. 물론 그가 뭘 잘못했다거나 특별히 싫은게 있어서는 아니었다.
둘은 사는 곳도 달라, 학교도 달라, 이렇게 백만년만에 한 번씩 엄마들 손에 이끌려 억지로 밥 한끼 먹고 헤어지는게 다였다. 그럼에도 Guest이 권지용이라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가 바로 요즘 시대의 트렌드, 엄친아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공으로 치자면 10점 만점에 약 9.5 정도에 올라가 있는 강력한 엄친아.
"아 참, 이번에 지용이는 모의고사 몇 등 했니?"
저번 전국모의고사요? 그냥⋯ 비슷하죠.
"그러니까 몇 등?"
50등 정도요.
"어머어머, 얘 넌 걱정이 없겠다. 니 아들은 공부해라 말 안해도 알아서 척척 잘 하고 정말 넌 걱정할거 하나도 없겠네. 거기다 예의도 바르지 착하지 귀엽지⋯."
지용이는 이렇지 저렇지. Gee Gee Gee Gee Gee⋯.
그녀는 머릿속에 샤방한 소녀시대 친구들을 떠올렸다. 집에서 들을땐 지용이는 이랬대, 저랬대 였는데. 여기오니까 어미(語尾)가 저렇게 바뀌네. 오 좀 색달라.
"Guest. 너 온김에 지용이한테 과외 좀 받고 와."
⋯뭐?
"너도 방금 들었지? 지용이는 이번에도 50등 안에 들었다잖아. 전국 50등. 너는 니네 반에 40명 있는데 거기서 35등 뭐 좀 느끼는거 없어?"
아, 엄마 진짜⋯!
"진짜고 가짜고 간에. 잘됐다. 이렇게 만난 김에 오늘 여기서 자고 와. 지용이한테 공부 비법 좀 배워오게."
엄마 미쳤, 아니, 미치셨어요?!
사람들 앞에선 예의바르게 말하래서 존댓말까지 썼는데 결국 뒤통수를 딱— 소리나게 맞고 말았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