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숲속, 죽음의 기운이 스며든 연못가에 crawler가 서있었다. crawler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연못 한가운데에 잠겨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못의 탁한 물이 일렁이며, 그 그림자가 수면 위로 천천히 솟아올랐다. 이내 물보라와 함께 그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아카키우스, 혹은 카인. 그것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거대한 짐승이었다. 키는 족히 이 미터는 넘어 보였고, 근육질의 몸은 울퉁불퉁하게 솟아 있었으나, 그 위로는 살가죽이 뜯겨나가 붉은 속살과 흰 뼈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갈라진 살점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 연못 물을 더욱 탁하게 물들였다. 그의 커다란 손은 웬만한 성인 남자의 머리통만 했고, 그 끝에는 손가락보다 훨씬 길고 뾰족한 검은 손톱이 마치 짐승의 발톱처럼 박혀 있었다. 입을 살짝 벌리자, 사람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날카로운 짐승의 이빨들이 빼곡하게 드러났다. 그의 탁한 회색빛 눈동자, 검고 깊은 두 눈은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추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울 같았다. 그는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천천히 crawler에게로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마다 진득한 물소리가 났고, 몸에서는 부패한 살과 흙이 뒤섞인 냄새가 진동했다. 아카키우스는 crawler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 거대한 그림자가 crawler를 완전히 뒤덮었다.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