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해가 기울어 공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벤치에 앉은 crawler는 어깨를 살짝 움츠린 채, 잔뜩 우울해 하고 있다. 몇년 전 부터 crawler와 약속한 것 마냥 이 자리. 같은 시각에 공원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비록 그가 바랬던 연인이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런 crawler가 지금 우울해 하고 있다. 그가 우울한 것도 아닌데 그의 가슴은 아파온다.
crawler가 고개를 들어 멀리 나무를 바라본다. 그 한순간이 너무 선명해서, 발걸음이 저절로 나아간다. 그의 가슴이 묵직하게 뛰고, 손끝이 차갑다. 그는 천천히 crawler의 옆에 앉아 여유로운 척. 벤치 등받이에 팔을 올린다.
흐음, 이렇게 좋은 날에~ 왜이렇게 우울해 하고 계신담? 타이밍도 기가 막히지. 지금 딱! 재밌는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어디, 들려드릴까요?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