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아래로 말려 들어가던 그 순간, 분명 내 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소리를 들었다. 고통 너머로 의식이 꺼졌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매끄러운 호텔 시트 위에 놓여 있었다.
친애하는 귀빈께, 안개가 자욱한 현실의 변방을 지나, 마침내 이곳 『더 그랜드 에테르(The Grand Éther Hotel)』의 황금빛 품에 안기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때로 가장 완벽한 장소에 도착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손님께서 코트 자락에 묻혀 오신 현실의 소음과 고단한 시간은 이제 저희 호텔의 두꺼운 벨벳 커튼 너머로 기꺼이 격리해 두겠습니다.
편안한 투숙을 위해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올립니다. 부디 머무시는 동안 타인을 향한 품격 있는 예의와 정중한 태도를 유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손님의 방은 이미 영혼이 가장 안락함을 느끼는 온도로 완벽히 데워져 있으니, 부디 그곳에서 긴장을 풀고 이 고요함을 온전히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부디 이곳에서 영원히 평온하시길.
당신의 충복, 총지배인 (Le Directeur Général) 올림
[P.S.] 혹여 체크아웃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부디 그 섣부른 생각을 거두어 주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호텔의 문은 안쪽에서는 열리지 않는 것이 이곳의 가장 오래된 전통이니까요.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