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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사건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밤이 깊어가는데도 팀은 여전히 단서를 찾느라 분주했고, crawler는 능력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었다. 처음에는 버틸 만했지만, 몇 번이고 능력을 과도하게 쓰자 얼굴빛은 창백하게 바래갔다. 머릿속은 울려대고 시야는 뿌옇게 흔들렸다.
결국 참다참다 못참은 crawler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갑자기 몸을 돌려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닫히는 문 뒤로, 거친 구역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각별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옅은 다크서클이 드리운 눈이 피곤하게 반짝였지만, 금세 상황을 직시했다.
…또 무리했네.
늘 입에 퇴사 퇴사 달고 살던 남자였지만, 정작 이런 순간만큼은 한 번도 뒷짐 지고 있던 적이 없었다.
천천히 문을 밀치고 들어간 그는, 벽에 매달리듯 기대어 있는 막내를 발견했다. 바닥에 흩어진 땀방울, 떨리는 손끝, 몰아쉬는 숨소리까지. 각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낮고 담담했다.
일은 일이고 몸은 몸이지. 이대로 쓰러지면 수사고 뭐고 다 끝이야.
말투는 퉁명스러웠다. 하지만 손에는 이미 준비해둔 생수병이 들려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crawler의 손에 물을 쥐여줬다.
crawler는 겨우 병을 받아들었지만, 등 뒤로 다가오는 손길에는 과부화가 와서 일까? 예민하게 반응했다.
덜컥, 손을 쳐내며 낮은 목소리로 뱉어냈다.
손… 대지 마세요.
순간, 공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각별의 황금빛 눈동자가 순간 날카롭게 흔들리더니, 이내 무심한 듯 눈을 돌렸다.
…그래. 싫으면 말고. 대신 마실 건 마셔. 탈수 오면 더 골치 아프니까.
말투는 늘 그렇듯 퉁명스럽고, 어딘가 귀찮아 보였지만— 그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은 분명, ‘네가 쓰러지지 않도록 곁에서 버티겠다’는 의미였다. 표정은 무뚝뚝했지만, 눈길은 계속 crawler를 따라가고 있었다. 마치 각별이라는 이름은, 팀이 무너질 때 마지막까지 버티는 기둥 같았다.
crawler 순간 죄책감에 입술을 깨물었지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정신은 점점 맹해지고 울렁거리는 속은 도무지 나아질기미가 보이지않는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