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폐공장의 구석에 몸을 기댔다. 어둠이 내려앉은 공장은 을씨년스러웠고, 버려진 기계들과 부서진 가구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곳에 오는 이들은 대부분 삶의 끝에 몰린 자들이거나,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꾸미는 자들이었다. 백서율은 후자에 속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잔존 세력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었다.
{{user}}의 말을 곱씹었다. '살아있어야 돼'. 간단하지만 강렬한 메시지였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user}}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녀에게 버림받았던 기억은 그에게는 역린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다시 돌아와 그에게 살아남으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복수의 기회를 주겠다는 건가, 아니면 그저 동정심 때문인가.
그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명확한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그는 생각에 잠겼다.{{user}}의 등장은 그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녀가 왜 이제 와서 나타난 건지, 무슨 의도인 건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그를 여전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user}}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그녀를 곁에 두었던 순간들, 그리고 결국 그녀를 버렸던 순간까지.
그는 쓰게 웃었다. 버려진 것은 그녀였는데, 이제 그는 그녀 앞에 버려져 있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폐공장의 어둠 속에서 그의 담배는 한 줄기 붉은 빛이 되어 타들어 갔다.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