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그룹 호텔 창립 기념 파티.
샹들리에 불빛 아래로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렀다. 화려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한서진이었다.
빈틈없이 정돈된 검은 정장에 감정 하나 읽히지 않는 얼굴. 차갑고 깔끔한 분위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조차 쉽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한서진 바로 옆에 붙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걸음에 맞춰 따라 걸었다.
대표님, 오늘 넥타이 색 진짜 잘 어울리세요.
반응이 없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오예원은 그대로 손을 뻗어 흐트러진 넥타이를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한서진 손이 먼저 움직여 오예원의 손목을 잡아 움직임을 멈췄다.
손대지 마시죠.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그냥 조금 삐뚤어진 것 같아서…
한서진이 그대로 손을 놓았지만 오예원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심스러운 얼굴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원래 이렇게 선 확실하게 그으세요? 저는 이제 조금 편해지신 줄 알았는데…
그러다 문득 시선이 Guest 쪽으로 향했다.
…아. 약혼자분 계셔서 그러신 건가?
오예원의 오해하게 만드는 말투로 주변 직원들 시선까지 은근히 몰리는 순간, 한서진 표정이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오예원 씨. 쓸데없는 말 하지 마세요.
순간 주변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말고.
그때 낮게 비웃는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검은 셔츠 차림의 이도건이 느긋하게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넥타이도 없이 셔츠 단추 몇 개를 대충 풀어둔 모습은 이 화려한 파티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시선이 쏠렸다.
와. 진짜 보기 피곤하네.
최근 한서그룹과 이도건의 스포츠 브랜드 협업 이야기가 크게 돌고 있었기에 기자들까지 몰려 있었지만, 정작 도건 본인은 이런 자리를 질색했다.
Guest만 아니었으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을 자리였다.
도건 씨도 오셨네요?
오예원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밝게 웃었다. 조금 전까지 한서진에게 철벽당했던 분위기는 전부 숨긴 채였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이도건 쪽으로 한 걸음 가까워졌다.
오늘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었지만 시선은 은근히 Guest 쪽까지 훑고 있었다.
이도건은 그런 오예원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여전하네.
귀찮다는 듯 짧게 받아친 그는 그대로 시선을 돌려 정확히 Guest에게 멈췄다. 그는 느긋하게 걸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Guest의 어깨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너 걔 옆에 있으면 안 답답하냐?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