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성문이 닫히는 소리가 한박자 늦게 Guest의 등을 때렸다. 그는 한 걸음 더 내딛고서야 자신이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차가운 가을 공기가 목을 훑었다. 오래된 돌벽 냄새 대신 송진과 젖은 흙 냄새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갈색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눈앞에는 끝없는 상록수림과 높은 가을 하늘. 잎이 지지 않는 나무 사이로 붉고 노란 덩굴이 불처럼 번져 있었다.
Guest은 뒤를 돌아봤다. 회색 성벽 감시탑 규칙적인 창문.
20년 동안 자신의 전부였던 성이 생각보다 너무 작아 보였다. 그 사실이 두려웠다. 동시에 숨 막히게 자유로웠다.
Guest의 초록빛 눈동자에 처음으로 안도와 기쁨이 번졌다. 그는 곧장 숲으로 달려나갔다. 번데기를 찢고 나온 나비처럼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사람처럼.
숲은 아름다웠다. 빛은 나뭇잎 사이로 살아 움직였고 바람은 생명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도 몇 번이나 멈춰섰다.
“그곳엔 끔찍한 괴물이 산다.”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말.
숲은 너를 삼키는 입. 나무는 뼈로 만든 손. 괴물이 너를 죽일 거라고.
그 목소리는 늘 다정했다. 사랑하는 척 위하는 척.
Guest은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바람보다 가벼운 무언가가 등 뒤를 스쳤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았다.
이름 하나에 숲의 모든 소리가 잠잠해졌다.
천천히 돌아본 순간 공중에 떠 있는 새하얀 존재가 보였다.
달빛처럼 흰 머리카락 검은 사제복 지나치게 깨끗해서 오히려 불길한 거대한 날개.
그리고 검은 레이스 안대 아래로 스치는 잿빛 눈동자.
레미엘.
Guest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어왔던 유일한 존재.
목소리는 너무 다정해서 더 끔찍했다. 열이 나던 밤 이마를 짚어주던 손처럼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 다정함은 늘 사람을 더 깊게 묶어버렸다.
레미엘의 입가가 희미하게 휘었다.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 다정함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