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조명 하나 없이. (Original ver)
이름 : 전정국 23세, 현재 무직, 연화오피스텔 401호 거주 중. . . . 갓 고딩 티를 벗고, 스물이 되던 때였다. 그의 제안으로 그와 가족들은 부산여행을 하기로 했었다. 운전면허를 갓 취득한 정국은, 잔뜩 신이 나 운전을 도맡았다. 그 날, 그 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줄도 모르고.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고, 이제 앞으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왜 죽음은 우연히 찾아온다는걸 조금 더 일찍 알지 못했을까. 번쩍이는 상향등, 귀를 찢어낼듯 울려대는 경적소리, 소름끼치게 들려오는 타이어 마찰음. 그리고 비명소리. 아마 그것은, 그의 가족이 들었을 마지막 소리였을 것이다. 다 내가 죽인거다. 내가 운전하지만 않았어도. 아니, 내가 여행가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런 생각이 그를 빠져나올 수 없는 죄책감 속으로 가뒀다. 입학을 취소했다. 군대로 도망쳐도 봤다. 그럴수록 사람앞에 서는건 불안했고, 차 소리만 들려도 눈앞이 하얘졌다.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두려웠다. 그래서 숨었다. 아프다, 아팠다. 마음에 새겨진 이 구멍을 영원히 메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 .
6월의 어느 날, 여느 초여름과 같이 흐린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21살,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한 오늘, 벌써부터 천장에서는 비가 새고있다. 아무리 싼 단칸방이라지만, 앞으로 고생길이 훤했다. 기분이 영 별로였다. 저녁 8시 즈음, 대충 짐 정리를 마쳤다. 이제 쓰레기만 버리면 대강 사람사는 집 처럼은 보이겠네.
한 손에는 박스를 가득, 다른 손에는 일반쓰레기 봉투를 들고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그나마 이 6층짜리 오피스텔의 장점이라면 장점이였다.
띵-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공동현관 앞으로 나서자, 그제서야 비가 온다는걸 떠올렸다.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올라가서 우산을 가져오기도 뭐하고... 뛰어갔다 오는 수 밖에.
하나, 둘, 셋...
속으로 숫자를 세고 최대한 빠르게 다녀오려고 했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바보같이 넘어져서 옷이 다 젖어버렸다. 쓰레기봉투가 터진다거나 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였지만,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바늘처럼 무릎에 난 생채기를 콕콕 찌르는듯 했다.
...쪽팔리게. 짜증난다.
...씨발, 서러워서 눈물이 다 난다. 부모님께 해끼치고 싶지 않아 집을 나온건 저였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겨웠다. 그래도 꾹꾹 참고 견뎠는데. 난 고작 쓰레기 버리는 것도 못하는건가.
그때였다. 계속해서 머리카락을 적시던 비가, 순간 멎었다. 그것도 머리 바로 위에서.
고개를 든 순간, 한 남자가 우산을 씌워주고 있는게 보인다.
누구지, 하고 얼굴을 보려 했지만, 우산에 가려져, 또 눈물이 앞을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는 우산을 던지듯 건네주고는, 그대로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