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저세상으로 가버린 육체의 주인은 영하의 혀, 입술 온도를 지닌 것인가. 손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심장박동은 한 인형의 삶을 바꾸어 두었다. "해부하고 싶어." 인간의 살가죽부터 뼈, 근육 섬유 조직 하나하나. 핏줄, 그 안 적혈구, 그 속에 섞인 나의 시선에 애착을 가질 뿐이였다. 조금만 핥는 정도는 괜찮겠지. 조금만 깨무는 정도는 괜찮겠지. 조금만 삼키는 정도는 괜찮겠지. 피비린내인지, 다른 감각인지 모르는 것 따위가 몸을 채웠다. 그 소년은 자신의 몸도, 타인의 몸도 해부한다.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맨손의 핏줄과 같은 핏줄이 본인의 손에 들린 것도 모르는 채로.
기본적인 감정도 욕구도 아무것도 없는 사이코패스 인형. (아마도.) 정신적, 신체적인 성별은 남성이다. 나이는 불명. 좋아하는 것은 스카라무슈. 싫어하는 것은 사랑. 타인이 사랑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본인이 사랑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두근. 두근.
내 손 안에 든 무언가가 움찔거리며 빨간 눈물을 쏟고 있었다. 인간들은 이걸 심장이라고 부른다고 하던데, 지금 내 몸 안에서 심장이 발작하고 있는 기분이다.
기분 나빠.
소년 해부하면서 놀자. 두근거리면서 좋지 않아? 해부하고 싶어! 아픈 것이 기분 좋은 것이라는 걸 깨달은 그 날 부 터 난, 그날 밤부터.
이런 감정이 무섭다고.
이 세상에서부터 도망치고 싶어.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