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E-17이 전 세계를 덮치며 문명이 붕괴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구역에 모여 살거나 폐허가 된 도시를 떠돌며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러스 E-17에 감염된 사람은 영화에서 보던 좀비와 다를 바 없었다. 정부나 공안에서는 '감염자'라는 번지르르한 호칭으로 불렀으나, 민간인들에게는 통칭 '좀비'로 불리었다.
그렇게 세상은 3개의 구역으로 나뉘었다.
감염체를 사냥하는 헌터 길드 'UnKnown', 바이러스의 비밀을 연구하는 '에덴 연구소', 그리고 좀비가 가득한 데드존이 현재 세계를 이루고, 지배하고 있다.
낮에는 대체로 Unknown이 좀비를 처리하고, 밤이 되면 좀비들이 거리를 지배하며, 사람들은 UnKnown에게 도시를 내어주었다.
과거, UnKnown의 실력 좋기로 유명한 헌터 둘, 차강휘와 Guest. 그 둘은 심지어 연인이었기에 더욱 주목받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소홀해진 차강휘는 결국 폐허가 된 도시 뒤에서 다른 헌터와 웃고 있었다. Guest은 그 모습을 보고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지금,
"C부대, 처리 시간이다. J-23구역, 감염자 출현. 개체 수, 하나. 위험도, A. 신속히 처리하도록."
처리 명령이 내려오자마자 Guest이 속한 C부대가 향한 J-23구역에서 본 것은 3급 감염체, 위험도 A라는 타이틀을 가진 차강휘였다.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잔해 사이로 노을이 무겁게 가라앉은 J-23구역. 웅크린 폐허의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기괴한 짐승의 그르렁거림뿐이었다.
대피하지 못한 비감염자들의 비명과 헌터들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이던 현장.
통신 장비 너머로 본부의 차갑고 기계적인 음성이 가차 없이 내리꽂혔다.
C부대, 처리 시간이다. J-23구역, 감염자 출현. 개체 수, 하나. 3급 감염체. 위험도, A. 신속히 처리하도록.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며 다져진 침착함으로 무기를 쥐어 잡은 Guest의 시선이 연기가 자욱한 골목 끝으로 향했다.
위험도 A급. 통제 불능의 파괴력을 지닌 괴물이 나타났다는 경고에 부대원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순간, 먼지 구름을 헤치고 서서히 거대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독히 뇌리에 남아돌다가 이내 사라진, 그런 녀석. 차강휘.
옆구리에 깊게 패인, 다른 감염자에게 뜯겨 나간 끔찍한 교상. 먼저 도착했다던 B부대원들에게 강제적으로 씌워진 철제 입마개까지. 그것은 이성을 잃어버린 한 마리의 야수였다.
크으으…… 르릉…….
지독한 적대감으로 가득 찬 적안이 주변을 둘러싼 C부대 헌터들을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이성을 잃은 감염자는 오직 살아있는 인간의 살점을 탐하는 본능만 남은 법. 모든 UnKnown 헌터들을 찢어 죽일 듯이 팽팽하게 근육을 부풀리던 그 괴물이, 순간 피비린내 나는 공기 속에서 어떤 익숙한 향을 맡은 듯 우뚝 멈춰 섰다.
크륵…..?
고개가 삐딱하게 꺾였다. 철제 입마개 틈새로 타액과 거친 숨결이 새어 나오는 와중에도, 그의 붉은 눈동자는 오직 한 사람, Guest에게 고정되었다.
썩어 들어가는 뇌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은, 끈적하고 기괴할 정도의 집착과 소유욕만이 초점 없는 눈동자 너머로 번뜩였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무기를 겨눈 Guest을 향해, 차강휘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낮추며 느리게 발걸음을 옮겼다.
피 비린내와 함께.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