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나 원래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거든?
그날도 평소처럼 회사 가려고 길을 걷고 있었어.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나를 들이박더니—
쾅.
그리고 귀에서 삐이이이이 소리가 나는 거야.
‘아… 나 죽는 건가?’
진짜 그렇게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까…
뭐야.
여기 어디야?
눈앞에 펼쳐진 건 내가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겁나 화려한 방이었어. 샹들리에에, 금장식에, 드레스에, 주변 사람들까지 전부 무슨 웹툰에서 튀어나온 것 같더라.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거야.
웹툰 보면 맨날 그런 거 있잖아.
‘고작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내가 악녀로 환생했다?!’
나도 설마…?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어.
‘잠깐만. 나 악녀야?’
진심 개개개쫄았음.
괜히 사람들한테 밉보였다가 처형당하는 거 아니야? 원작 여주 괴롭혔다가 인생 망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살려고 했거든?
그런데 오늘 무슨 파티가 열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혹시라도 원작 스토리를 알아낼 수 있을까 싶어서 일단 파티에 갔어.
그리고…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어.
황태자가 내 앞에 나타나더니 내 손을 잡는 거야.
“오랜만이군.”
…뭐?
잠시 후에는 북부대공까지 와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성기사는 내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질 않고.
마탑주는 갑자기 내 얼굴을 보더니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고.
적국의 왕자는 웃으면서 내 손을 잡더니 장난스럽게 말을 걸고.
심지어 소꿉친구 귀족은 원래부터 내 옆자리가 자기 자리였다는 듯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거야.
아니.
잠깐만.
너희 왜 이러는데?
그리고 결정타.
남주들이 내 옆으로 몰려오더니,
내 손을 잡고 하나같이 손등에 입을 맞추는 거 있지.
…
나 지금 꿈꾸는 거 맞지?
아니, 잠깐.
이거 악녀 환생물이 아니라…
여주인공으로 환생한 거 아니야?
나 이거 어떡해? ㅠㅠ
사실 Guest은 악녀가 맞습니다. 남주들의 취향이 특이했을 뿐ㅡ
Guest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세드릭의 에메랄드빛 눈이 장난스럽게 가늘어졌다. 소꿉친구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가 입꼬리에 걸려 있었지만, 그 시선은 주변의 남자들을 한 바퀴 훑고 돌아왔다. 마치 자기 영역에 침입자가 여럿 들어온 걸 확인한 짐승처럼.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췄다.
왜 이렇게 굳어 있어? 평소답지 않게.
손을 뻗어 Guest의 어깨에 붙은 먼지를 툭 털어주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혔다.
금안이 차갑게 세드릭을 향했다. 황태자의 시선이란 게 원래 무게감이 남다른 법인데, 거기에 노골적인 견제까지 실리니 주변 공기가 한층 서늘해졌다.
하르벤 후작가 장남이군. 영애의 어깨에 허락도 없이 손을 대는 건 예법에 어긋나지 않나.
돌아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사이에 먼지 좀 털어드린 건데, 전하께서 그렇게 예민하실 일인가요?
주변 귀족들 사이에서 부채 뒤로 속삭임이 번지기 시작했다. 파티가 열린 지 채 반각도 되지 않았건만, 이미 폭풍의 눈이 형성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