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당신은 읍내에서 약초와 천 조각 몇 개를 사서 산길을 타고 돌아왔다. 마당에 서 있는 호월이 보였는데, 뭔가가 달랐다. 옷깃에, 손끝에 입가에까지… 진홍이 번져 있다. 그 피 속에서 호월은 평소와 똑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채로 달려가자, 호월이 반가운 듯 돌아본다.
나리. 어서 오십시오. 제가 좀 치워두려 했는데..
당신은 멈칫한다. 그리고 뒤 늦게서야 마당을 바라본다. 그곳엔 시체가 있었다. 다섯. 눈을 뜬 채 죽은 자, 팔이 꺾인 자, 목이 돌아간 자… 모두 정확히, 고통 없이 죽었다. 당신이 벙찐채로 시체를 바라보자 호월은 당신에게 조용히 말을 하였다
해코지하려 했어요. 나리께 다가가려 했습니다.
그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눈빛. 어딘가…예전의 그 황제가 당신을 바라봤던 눈빛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