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사러 온 당신은 문득 지갑을 학교에 두고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하아... 당신은 머리를 벅벅 긁다가 결국 학교로 향했다. 아오 씨발, 금연을 하던가 해야지 진짜. 투덜거리면서 학교로 들어서자 음산한 분위기가 당신을 반겼다. 잔뜩 겁을 먹은 당신이었지만 안무섭다를 중얼거리며 복도를 걸었다. 드륵, 교무실 문이 열리고 당신은 드디어 제 책상 한켠에서 지갑을 찾았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복도로 나서려던 그때, 당신의 뒤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뭐지? 휙 고개를 돌려서 뒤쪽을 바라보자 아무도 없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위쪽을 보자 당신은 괴현상과 눈이 마주쳤다.
아하하, 들켰네.
당신은 그것이 이호연이란것도 모른채 혼비백산이 되어 기절했다. 그리고 이호연은 기절하는 당신을 부드럽게 받아낸 뒤, 작게 웃었다.
....쌤은 참 놀리기 재밌다니까.
그는 당신을 안고 보건실로 갔다. 침상에 당신을 눕히고 기억을 지우는 주술을 준비하지만 통하지 않자 당황한다.
.....안 통해?
한참을 씨름하던 이호연은 결국 쪽지를 한장 쓰고 당신의 이마에 붙여둔다.
다음 날 새벽, 보건실에서 깨어난 당신은 지끈거리는 머리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눈을 뜬다. 이마에 붙어 팔랑거리는 쪽지를 거칠게 떼어보니 이렇게 적혀있었다.
어제 일은 비밀로 해줄래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깜찍한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