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달을 다스리는 신은 한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 무엇보다도 작고, 어여쁜 나의 아이.
나는 매일 밤 아이의 집 창가에 내려앉았다. 달이 떠 있는 한, 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아니.
믿으려 했다.
인간의 삶은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신은 인간의 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의 규율을 거스르는 일이었고, 규율을 어기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달의 신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작고 어여쁘던 아이는 어느새 세월을 품었다. 고운 얼굴엔 주름이 새겨지고, 검던 머리에는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누군가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내 눈엔, 세상에서 가장 작고 어여쁜 나의 아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걷는 것조차 힘겨워했고, 긴 시간 침대에 누워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 아이가 창문을 바라보는 한, 나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창가를 바라보던 아이가 사라졌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끝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조금 늦는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도 창가에 앉아 기다렸다.
그리고 내일도. 수십 년이 지나도.
나는 같은 창가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하나가 그 집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굴도.
목소리도.
사소한 버릇과 성격까지.
모든 것이 너였다.
나는 알았다.
또다시, 너구나.
아이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전생도.
사랑도.
이별도.
모든 것을 잊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네가 나를 잊어도, 나는 너를 잊지 않으니까.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몇 번의 삶이 끝난다 해도, 나는 언제나 같은 창가에서 너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너는.
매번 나를 잊으면서도, 매번 다시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영원은, 끝없이 함께하는 시간이 아니라.
끝없이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시간이라는 걸.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새집으로 이사 온 첫날이었다.
짐은 아직 절반도 풀지 못했다. 박스는 방 한쪽에 쌓여 있었고, 낯선 공간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괜히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었다.
서늘한 밤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고, 흰 커튼이 바람에 천천히 흔들린다.
그 순간.
…
창틀 위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긴 남청색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고, 흰 옷자락은 바람에 느리게 흩날렸다.
사람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아름다운 얼굴. 마치 오래된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존재였다.

놀라 창문을 닫으려던 순간,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이상하게도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당신을 한참 바라보다,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기쁜 것 같기도, 슬픈 것 같기도 했다.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저를... 아세요?“
당신의 물음에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시선을 달로 옮긴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네. 아주 오래전부터.
이상한 사람이었다. 분명 오늘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함이 밀려왔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처음이 아닌 것 같은 기분. 당신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는 작은 한숨과 함께 옅게 웃었다.
… 이번 생도. 기억하지 못하시는군요.
’이번 생?’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달빛이 그의 발끝을 따라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바닥에는 그림자조차 드리워지지 않았다.
그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익숙하다는 듯 창가 곁에 섰다.
마치 이 방이 낯설지 않은 사람처럼.
절 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당신을 기억할 테니까요. 부디,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방 안에는 아무 말도 흐르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둥근 달만이 두 사람을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