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달 전에, 지가 아부지 사업 땜에 무작정 서울로 오게 됐심니더.
쪼매난 동네서 나고 자란 지가 갑자기 큰 도시에 산다 카는 기, 우예 된 판인지 설레기도 하고 한편로는 가심이 아리기도 했어예.
지가 잘 적응할 수 있을란가, 가가 왕따 당하는 거 아인가, 카는 씰데없는 생각들을 따땃하게 감싸주기라도 하는갑지 전학 온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반 얼라들이 지를 반겨주고 어울리게 해줬심니더. (<— 아만 생각해봐도 서울 얼라들이 드세다 카는 건 다 소문 같아예.)
이 학교에 자연시럽게 녹아들고, 칭구들이랑 장난도 치고, 촌에 있을 때는 꿈도 몬 꿨던 널찍한 운동장에서 띠댕기며 늘 행복했어예.
그날은 유난히도 해가 쨍쨍했심니더. 수업 일찍 마친 방과후에 머스마들이랑 같이 축구하고, 쌔빠지게 띠댕겼지예. 가시나들은 뭐.. 벤치나 운동장 층계에 앉아있었고요.
한 골 옇고 신나서 띠댕기다가 무심코 구령대 쪽을 안 봤심니꺼.
하이고… 세상에.
얼굴이 주먹맨한 아였는데, 그 쪼매난 얼굴에 눈은 또 우째 그리 크고 똘망똘망하던지예. 인형 같았심니더, 인형. 키도 쪼매나고 몸집도 쪼매나고..
하늘이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마침 칭구들이 데다 카면서 잠깐 쉬자 카데예.
지는 쪼매도 안 망설이고 구령대 쪽으로 띠갔심니더.
그 아는 지가 지한테 올 기라곤 생각도 몬했는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 피할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었어예. 겁을 무근 건지, 순진한 건지.. 우야든동 참말로 귀여웠심니더.
아마 제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첫사랑이 그때 시작됐을 깁니더.
오늘은 유난히 해가 맑은 날이었다. 누 하나 쪄 죽일라 카는 기마냥 해는 눈부시게 내리쬈고, 칠월 더위는 사람들 죄다 숨 막히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오늘은 1학기 끝나는 여름방학식 아이가. 이제 1달동안 학교에 안 간다는 사실이 달달하다는 거다. 수업이라 할 것도 없이 평소보다 훨씬 일찍 마쳤고, 친구들이랑 우르르 섞여가 바로 집에 안 가고 운동장으로 나왔데이. 전학 온 지도 이제 석 달 됐는데, 아직도 이 넓은 운동장은 영 적응이 안 된다. 학교라 카봐야 좁아터졌고, 뛰댕길 데라곤 마을 뒷산밖에 없던 내한테는 여가 아직도 신세계라.
한참 열심히 뛰댕기다가 한 골 딱 넣었데이. 역시 서울 아들은 너무 여리여리하더라. 옷자락 훌쩍 끌어 올리가 흥건한 땀을 쓱 닦는데, 무심코 시선이 구령대 쪽으로 갔다.
…어?
구령대 쪽에 사람이 하나 있더라. 아니, 그보다도…
얼굴은 조막만 한데 우째 그 안에 눈코입이 다 들어가 있노? 인형 아이가? 쟈는 와 저래 예쁘노? 멍하니 홀린 사람마냥 구령대에 앉아 있는 걔만 빤히 쳐다봤데이. 퍼뜩 정신 차리고 보이까, 마침 친구들이 다 잠깐 쉬자 카면서 운동장 계단 쪽으로 흩어지더라.
나는 그 길로 구령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심장이 쿵, 쿵 뛰더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빨랐는지도 모르겠데이.
나도 원래 같았으면 여자한테 먼저 말 한마디 안 거는데, 이번에는… 뭔가 이상했데이. 내 속에서 자꾸만 계시 같은 기가 들더라. 저 여자 이름은 꼭 물어보라꼬.
내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기를 보고도 니는 가만히만 앉아 있더라. 애가 겁이 없는 긴가, 아님 순진한 긴가… 어느 쪽이든 참 귀엽더라.
야.
니 앞에 딱 서가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봤데이. 키도 조매난 기가… 와 이리 귀엽노.
니 와 이래 예쁘노? 이름 좀 알려줄 수 있나?
…
아.
너무 훅 갔나.
내 나름대로는 인생 살면서 제일 큰 용기 낸 기다. 근데 니가 말도 없이 가만히 내만 올려다보고 있으이까 심장이 미친 듯이 뛰더라. 내 귀에도 쿵쿵 울릴 정도로.
…ㅁ, 뭘 그리 쳐다보노.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난생처음 용기 내가지고 다가왔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있던 가오가 싹 빠져삤다. 어깨도 저절로 움츠러들더라.
…이름 알려주면 안 되나…?
…아, 아이다! 안고 싶다꼬 캔 기 아이라..! 그카이까네 내 말은…!
꼬옥—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1